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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줄어 걱정이었는데… 코로나가 고마운 美야생동물 보호당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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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줄어 걱정이었는데… 코로나가 고마운 美야생동물 보호당국, 왜?

입력
2021.0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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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로 실내 활동 막히자 야외 레저에 눈길
면허취득비로 보호기금 충당… "생태계에도 도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미들 크릭 야생동물 관리 구역에서 한 사냥꾼의 머리 위로 고니 떼가 날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미들 크릭 야생동물 관리 구역에서 한 사냥꾼의 머리 위로 고니 떼가 날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1980년 1,700만명에 이르다 2016년 1,150만명까지 쪼그라들 정도로 날로 줄어드는 사냥 인구는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FWS)의 걱정거리였다. 감소하는 사냥꾼 수만큼 사냥 면허 취득비로 충당하는 주(州) 야생동물 보호기금 규모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상황이 반전됐다. 거의 모든 주에서 사냥꾼 수가 대폭 증가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다. 매트 던피 야생동물 관리협회 특별 프로그램 책임자는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사냥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게 감염병일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사냥 활동 인구 급증을 부른 건 얄궂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영화나 스포츠 경기 관람 같은 기존 여가 생활이 제한되면서 사람들이 자연에서 즐기는 야외 활동에 눈을 돌렸고, 소규모로 가능한 사냥이 '대세'로 떠올랐다.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에 따르면 지난해 사냥 면허 취득 건수가 전국적으로 2018년 대비 12% 넘게 증가했다. 네바다주는 30%, 미시간주는 67%나 뛰었다.

여건을 만들어준 것도 코로나19다. 면허를 발급 받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안전 교육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초보 사냥꾼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한 연인이 수렵총을 어깨에 매고 눈밭을 헤치며 사냥터로 걸어가고 있다. 윌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한 연인이 수렵총을 어깨에 매고 눈밭을 헤치며 사냥터로 걸어가고 있다. 윌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레저 수요만 사냥을 견인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5월 로이터통신은 미국에서 육류 가공업체들이 코로나19로 문을 닫고 실업으로 소득이 줄자 고기를 얻기 위해 직접 사냥에 나선 사람들이 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코로나가 전방위로 사냥 규모 확대를 도운 셈이다.

물론 "폭력적이고 불필요한 형태의 오락"이라며 사냥이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염려하는 환경단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야생동물 보호 당국이 내쉰 안도의 한숨에서 보듯 밉게만 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환경과 공존하는 새로운 사냥 문화 확산을 이끌면 된다는 것이다.

향유층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 문화를 만들려는 이들에게 고무적이다. 주류를 차지하던 백인 남성 중장년층이 떠난 자리를 젊은이와 여성이 메우고 있는데, 이들은 지속 가능한 사냥 문화 형성에 좋은 기반이다. 워싱턴주 어류·야생동물국은 지난해 사냥 안전 인증을 획득한 2만5,000명에게 계절 사냥 중 하나인 물새 사냥을 홍보할 계획이다. 더스틴 아이젠호프 미시간주 자연자원부 마케팅 전문가는 "우리가 오랫동안 사냥에 참여하기를 원했던 집단이 바로 그들"이라며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사냥을 통해 야생동물 개체군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략적으로 사냥꾼들이 특정 동물을 잡도록 유도하면 생태계를 균형감 있게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야생동물 관리에 드는 비용의 상당 부분이 사냥에서 나온다. 2017년 FWS의 조사에 의하면 각 주 야생동물 관리국이 자연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기금의 출처에서 60% 정도를 차지하는 게 사냥 관련 수입이다. 역설적이지만 활용만 잘 하면 도리어 사냥이 야생동물 보호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인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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