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명 탑승 SJ182편, 연락두절 20초만에 추락
"구조 신호도 없어" 제어시스템 결함에 무게
시신 일부, 잔해 등 추락 지점서 발견
"고도를 높인다는 요청을 승인했다"→"갑자기 경로를 바꿨다"→"몇 초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천둥 같은 두 번의 폭발음이 들렸다"→"파도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9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북서쪽 바다에 추락한 스리위자야항공 SJ182편(B737-500)의 마지막을 추정할 증언들이다. SJ182편은 이륙 4분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고, 그 지점에서 잔해들이 발견되면서 해상 추락으로 공식 발표됐다. 10일 인도네시아 당국과 현지 매체, 항적 정보 등을 바탕으로 마지막 4분을 되짚어본다.
인도네시아인 62명을 태운 SJ182편의 원래 출발시각은 9일 오후 1시40분(현지시간)이었으나 1시간 늦은 오후 2시36분 이륙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항공기 출발 지연은 흔한 일이다. 스리위자야항공 측은 "폭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7명, 유아 3명 등 승객 50명과 승무원 12명의 행선지는 비행시간 1시간30분 거리의 칼리만탄(보르네오)섬 폰티아낙이었다.
이륙 1분 뒤 조종사가 관제탑에 고도를 높이겠다고 교신했다. 비행기의 고도는 서서히 높아져서 3분 뒤인 오후 2시40분쯤엔 1만피트(3,000여m)남짓 올라갔다. 이때 관제탑은 비행기가 정상 항로를 이탈하는 듯한 이상을 발견했다. 항공기에 이유를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이어 비행기는 오후 2시40분10초 무렵부터 급강하한 뒤 20초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당국은 "항로 감시 담당자가 2시40분쯤 항로 이탈 이유를 묻기 위해 비행기에 연락했으나 몇 초 뒤 신호가 끊겼다"고 발표했다.
비행기 고도가 떨어질 무렵 함께 급락했던 속도는 비행기가 5,000피트 상공에 있던 오후 2시40분20초쯤 다시 급격히 올라가 추락 직전 시속 600㎞를 넘었다. 추락의 강도가 곤두박질쳤다고 해도 될 정도로 셌다는 방증이다. 관제탑의 마지막 교신부터 비행기 추락까지 걸린 시간은 20초 남짓이다. 이 순간 비행기에서 구조 요청 등의 신호는 없었다.
엔진 고장, 항공기 노후, 악천후 등이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비행기의 마지막 순간을 감안해 제어 시스템 결함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항공전문가 알빈 리씨는 "엄청 빠르고 갑작스럽게 비행기가 떨어진 걸 보면 엔진이 아니라 제어 시스템 문제로 보인다"라며 "조종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해당 비행기는 지난해 3월부터 7개월간 운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현재 수색대는 추락 추정 지점인 자바해 '풀라우 스리부(1,000개의 섬)' 지역의 라키섬과 란짱섬 사이에서 시신 일부와 유류품, 비행기 파편 등을 속속 발견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도 찾고 있다.
인근 어부들은 "비가 쏟아져서 처음엔 천둥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의 폭발음을 들었다"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파도가 밀려왔다" "쓰나미가 난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사고 해역에서 비행기 잔해 등을 가장 먼저 발견하기도 했다.
사고 기종은 보잉사의 B737 클래식으로 1994년 5월 취항했다. 2018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와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기 추락 사고로 세계 각국에서 운항 중단 조치를 받았던 보잉 B737 맥스와는 다른 기종이다. 2003년 설립한 스리위자야항공은 여객기 19대를 운용하는 저가항공사로, 인도네시아에서 5번째로 큰 항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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