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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의 그 남자, 소리꾼 안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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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의 그 남자, 소리꾼 안이호

입력
2021.01.08 11:37
수정
2021.01.1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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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오시게 오시게 충삼역을 연기하고 있는 안이호 . 정동극장 제공

음악극 오시게 오시게 충삼역을 연기하고 있는 안이호 . 정동극장 제공

“전혀 새로운 K팝 장르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범 한 마리 내려오고 이날치가 떴다.’ 요즘 ‘요상한 밴드’ 이날치를 모르면 젊은 축에 못 든다.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공개한 판소리 풍의 한국 관광 홍보동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가 3억 뷰를 돌파했다. 수능 금지곡에도 올랐다.

밴드이날치가 노래ㆍ연주했고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안무했다. 이날치는 국악퓨전 7인조 얼터너티브 팝 밴드. 안이호는 이날치의 보컬이다.

1분 39초의 짧은 동영상은 춤판도 압권이지만 독특한 리듬의 흡인력이 예사가 아니다. 시청자 댓글에는 랩인 듯 판소린 듯 중독성 강한 리듬에 빠져 헤어날 수 없다는 즐거운 비명이 이어진다. 노래는 판소리 수궁가 한 대목에서 가져왔다. 첫눈에 빠지는 사랑이 있다면 이 소리는 첫귀에 빠질 만큼 직관적이다.


안이호(40)는 밴드이날치로 뜬 소리꾼이 아니다. 그는 2018년 ‘어어부밴드’ 출신 장영규(52) 등과 이날치를 결성하기 전부터 탄탄한 소리 실력으로 주목 받았다. 그는 서울국악예술고와 서울대 음대 국악과,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판소리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가 판소리 밖 ‘외도’에 나서려 할 때 그를 나무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의 탄탄한 실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판소리의 지평을 넓혀 왔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정하거나 장르를 한정하지 않는다. 전통 판소리는 물론 음악극, 뮤지컬, 영화 음악처럼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했다. 그를 알아본 현대무용가 안은미 선생이 찾아왔다. 복합장르예술 공연 ‘심포카 바리’ 무대를 함께하자는 제안이었다. 안 선생은 안이호가 학창 시절공연 때 무대에 떨어진 왕관을 주워 쓰는 애드립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심포카 바리는 바리데기 이야기를 무용, 국악, 관현악을 이용해 재해석한 공연이었다.

‘심포카 바리’는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전통 판소리 바깥의 공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 작업은 한 주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같은곡을 다른 무대에 올리는 일이었다. 적벽가의 경우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함께 했다.

파격적인 도전이 이어졌지만 스승들의 반대는 없었다. 그들은 늘 그를 격려해준다. 물론 공연의 수준이나 완성도가 떨어질 때는 꾸지람을 잊지 않는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 정동극장 제공

판소리 뮤지컬 적벽. 정동극장 제공

그는 지난해 11월 7일 전주 우진예술극장에서 적벽가를 완창했다. 완창이란 웬만한 책 한권을 통째로 외우는 지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길게는 10시간에 이르도록 버티고 서서 소리를 끌어내야 하는 체력과 목청도 필요하다. 아무나 넘볼 수 없는 소리 고수들의 영역. 3시간 반이 넘는 이번 무대를 그는 거뜬히 해냈다. 같은 곡으로 뮤지컬 적벽 공연도 했다. 판소리와 달리 뮤지컬은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배우들과 소통하고 조율해나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재미있다.

그에게 이날치 활동은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이다. 이날치는 기존의 밴드와도 다르고 전통 소리패와도 다르다. 드럼 하나와 베이스 두 대에 소리꾼이 넷이다. 많은 사람들이 판소리와 랩의 친연성을 말했지만 이를 실제 노래와 연주로 보여준 경우는 드물었다. 이날치는 이 ‘엄청난 틈새시장’에 특화한 밴드라고 할 수 있다. 해외 록 시장 진출이라는 이날치의 처음 목표는 변함이 없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기도 전에 먼저 몸으로 부딪친다. 그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붙지만 ‘소리꾼 안이호’로 불리고 싶다. 그는 언제나 소리꾼으로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K팝의 전혀 새로운 장르가 그에 의해 열리고 있다.

“판소리의 영역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그 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문화의 흐름과 변화에 몸을 맡기는 유연함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드넓은 판소리의 세계 영토를 달려보고 싶습니다.”

이예주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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