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A씨는 얼마 전 구청을 찾아 올해 신설된 ‘방문학습지 교육비 지원 사업’에 신청서를 냈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한국에 정착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말과 용어가 서로 달라 학교 생활과 수업에 큰 어려움을 겪어서다. 월 110만원 안팎의 정부 지원금으로는 세 가족이 생활하기 벅차 학원 보낼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는 “시간 날 때 마다 해온 식당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아들을 학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초부터는 일이 끊겼다”며 “주 1회 교사가 한글과 수학을 가르쳐 주는 이 사업에 꼭 선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탈북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노원구가 이들의 안정적인 자립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
노원구는 올해부터 탈북민 자녀 방문학습 교육비(5명, 1인당 70만원)와 탈북민의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비(12명, 1인당 50만원)를 지원한다고 7일 밝혔다.
남북 간 언어와 문화 차이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자녀에게 1:1 방문 맞춤형 교육으로 돕고, 자격증 취득을 도와 탈북민의 취업 경쟁력도 높이려는 취지다. 기술자격 취득이나 교육 지원 수요는 많지만, 정부 지원 사업은 예산 등이 한정돼 있고, 혜택을 제공하는 기관도 멀리 떨어진 곳이 많아 구가 직접 나섰다는 게 노원구의 설명이다.
이번 지원은 1년여간 준비 끝에 마련됐다. 지난 2019년 8월 다른 자치구에서 거주하던 탈북민 모자가 사망한 지 수 개월 만에 발견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집안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 아사(餓死)했을 것으로 추정되자, 오승록 구청장은 탈북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노원구 관내 거주 탈북민이 1,119명(2020년 11월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아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탈북민이 하나원 교육을 마치면 주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게 되는데 노원구에 임대아파트가 많고, 기초수급자로 편성되면 월세도 지원된다”며 “문화적 차이나 이질감으로 인해 취업ㆍ교육 등 사회적응에 어려움도 커 대부분 눌러 앉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2월 탈북민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를 ‘자치보안과’에서 ‘복지정책과’로 옮겨, 탈북민 업무의 무게 중심이 ‘관리’에서 ‘복지’로 이동했다. 또, 지난해 3월 관내 탈북민 전원 대상 생활실태 설문조사(1,142명 중 431명 응답)에서 취업자가 45%(195명)에 그쳤던 사실도 이 같은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구 관계자는 "이들은 단순 취업과 같은 일회성 지원보다 자격증 취득 등 자립 기반 마련을 가장 원했다"고 말했다. 같은 달 15~64세 국내 고용률과 서울 고용츌은 각각 65.4%, 65.6%를 기록했다.
오승록 구청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 등으로 보다 더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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