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뀐 후 대입에서 영어 변별력이 약화되고 학생 영어능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어 관련 학회 31개 협의체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6일 이런 내용의 ‘수능영어 절대평가 4년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수능 영어영역은 2018학년도 이후 절대평가로 개편돼 등급별 점수 구간은 1등급 90점 이상, 2등급 80~89점, 3등급 70~79점 등으로 구분된다. 상대평가로 실시된 2015∼2017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전국 1등급 비율이 3개년 평균 4.5%였는데 절대평가였던 2018∼2021학년도의 4개년 평균은 8.9%로 4.4%포인트 증가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협의회는 “영어영역 상위 등급 인원이 대폭 늘어나 대입의 영어 변별력이 매우 저하됐고, 그 결과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영어 학습 동기가 현저히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시행된 2021학년도 수능 기준 영어영역에 응시생의 약 절반(48.88%)이 1~3등급을 받았다.
절대평가 이후 상위권 학생의 영어성적도 떨어졌다. 2015∼2017학년도 서울대 입학생의 수능 영어 1등급 평균은 85.7%이었지만 2018∼2020학년도 평균은 67.2%로 18.5%포인트나 하락했다. 협의회는 "서울대 입학생의 수능 영어 1등급 비율 하락은 절대평가 이후 영어 대입 반영비율 하락과 변별력 상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의 전체적인 영어 역량도 떨어졌다는 평가다. 이용원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지난해 7~8월 전국 대학 교양영어 담당 교수와 강사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53.2%가 학생들의 문법 능력이 약화됐고, 독해(40%)와 어휘(35%) 능력도 약화됐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영어 능력 격차가 심화됐다는 의견도 65.3%였다.
참여자의 77.2%(중복응답)는 영어 약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능 절대평가를, 62%가 영어영역 점수 대입 반영률 하향조정을 꼽았다. 이 교수는 “해외 경험으로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한 학생들도 많아진 반면, 영어책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하위권도 꾸준히 늘어 중위권이 얇아졌다”면서 “사교육 지양을 위해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했지만, 학력 양극화?학력저하로 이어지면서 대입 이후 (영어학습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동일 기초과목군인 국어, 영어, 수학의 수능 평가는 반드시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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