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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에 못가서"…대만의 환경 전도사 된 영국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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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에 못가서"…대만의 환경 전도사 된 영국인 사연

입력
2021.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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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방문 영국인 피터 로, 항공 취소에 체류 연장
배 구해 강 쓰레기 줍는 "생산적인 일" 시작
다양한 자원봉사자 동참 이어 당국도 도와

영국 BBC방송이 6일 대만 여행 중 코로나19 대유행에 발이 묶여 체류 기간을 연장하면서 환경 운동을 시작한 은퇴한 영국인 피터 로의 사연을 전했다. BBC 캡처

영국 BBC방송이 6일 대만 여행 중 코로나19 대유행에 발이 묶여 체류 기간을 연장하면서 환경 운동을 시작한 은퇴한 영국인 피터 로의 사연을 전했다. BBC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출국길이 막힌 외국인에서 환경 운동 선봉장으로.'

영국 BBC방송은 6일(현지시간) 지난해 아들 방문을 위해 대만을 찾았다가 코로나19 항공편 취소 조치로 불가피하게 체류 기간을 연장한 영국인 피터 로(Peter Lowe)의 사연을 이같이 전했다.

방송은 "4월부터 대만에 갇힌 영국인 로가 타이페이 인근 단수이(淡水)강 정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 받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초만 해도 중화권 전체가 고위험 지역으로 간주돼 대만 항공사들도 중국발(發) 여행객 입국 금지 조처에 발이 묶였다.

BBC에 따르면 평소 보트 타는 일을 즐겼던 로는 대만에 머무는 동안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트를 구해 단수이강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일 뿐 플라스틱 물병·스티로폼·그물 등 곳곳에 널린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아예 본격적으로 쓰레기를 주우러 강으로 나갔다.

이내 지역 주민들도 하나둘씩 동참해 현재는 20명 넘는 자원봉사자가 주 2, 3회씩 단수이강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은퇴자들로 전직 신발 공장 주인, 무술 교사, 금융 전문가, 의상 디자이너 등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이 나서면 평균적으로 두 시간만에 쓰레기 봉지 20개 이상을 채울 만큼 강에는 쓰레기가 넘쳐난다.

로는 "단수이강 맹그로브숲의 새와 곤충은 플라스틱 사이에서 살고 있다"며 "최근에는 버려진 마스크 끈에 뒤엉킨 새들이 질식사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로와 봉사자들의 노력은 대만 당국에까지 알려져 당국도 단수이강 정화 운동을 돕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로와 함께 강 정화 운동을 하고 있는 지역 주민 제레미 첸은 "그 동안 강 쓰레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얼마나 심각한지 알지 못했다"며 "로 덕분에 부유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부인은 너무 익숙해져 발견하지 못하는 사회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외부자의 시선이 더 쓸모 있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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