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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난 때 빛난 K-과학

입력
2021.01.07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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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해에 이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새해 역시 희망과 기대를 가지기는커녕 지구촌 전체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려운 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경제는 준 공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개인은 생계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에는 항상 기회가 따라 오는 법이다. 좋은 예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성공한 후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연구인프라가 해체될 운명에 놓였다. 이때 프로젝트 행정 책임자인 과학연구개발국 장관이었던 바네바 부시(1890~1974)는 고가의 연구설비를 폐기 처분하는 대신 우주 개발, 질병 퇴치 등 새로운 첨단 과학산업 육성에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오늘날 세계 과학기술 패권국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국가적 난관을 극복하는 데 기초과학과 연구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명확해졌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은 기초과학 진흥을 위해 국가 연구시설 장비를 관리하고 분석과학기술 연구 개발 및 연구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1988년에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KBSI는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과 연구자들의 노력 덕분에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2020년 국가R&D 우수성과 100선에 '간 대사질환 혁신 치료제 후보물질'과 '농산물 원산지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동위원소 지도개발'이 선정되었고, 또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과 함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5분 내외에 육안 확인이 가능한 신속진단용 바이오센서를 개발해 기술 이전을 완료했다. 검사자의 검체에 대한 별도의 처리과정 없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K-과학의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성과의 바탕에 그동안 구축한 연구 인프라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KBSI는 또한 고가의 외산 연구장비 대체 등을 위한 연구산업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국산장비 활용 촉진을 위한 실증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중이다. '㈜토모큐브'와 공동개발한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사용하여, 한양대, 울산대와 함께 암세포 사멸 과정을 실시간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 저명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밖에도 반도체 발열 문제를 해결해 상용화까지 성공한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등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K-방역에 이어 이제는 K-과학이 팬데믹 위기에서 대한민국 기초과학의 뿌리를 깊게 하고 응용기술의 줄기를 튼실히 하여 풍성한 과학 열매를 맺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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