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악도 가족이 연주하면 다르다. 가족 음악인들의 합주는 빈틈 없이 탄탄하다. 눈빛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어서다. 주거니 받거니 애정이 묻어나는 표현력도 강점이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새해를 시작한 클래식계에서 부부와 형제ㆍ남매, 모녀가 듀오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희망찬 프로그램들로 꾸려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소속 호른 연주자 이세르게이(36)는 피아니스트 아내 이민지(32)와 하반기 무렵 듀오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 11월 계획했던 공연으로, 팬데믹 위험 탓에 일정을 늦췄다. 이세르게이는 "원래 실내악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는데 여럿이서 무대에 오르는 게 부담스러워 취소했다"면서 "올해는 아내와 함께 코로나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곡을 연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밝은 생상스의 로망스(36번), 프랑세의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부모님을 위해 작곡한 '안단테' 등을 준비하고 있다.
벨라루스 출신인 세르게이는 호른 주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1993년 한국에 왔다. 5년 전 아예 한국인으로 귀화했고, 한양 '이'씨를 성으로 골랐다. 아내는 서울예고를 다니면서 만났다. 이들은 4년 전부터 듀오 공연을 열고 있다. 이세르게이는 "연주 도중 즉흥적인 표현을 하더라도 아내가 어떻게든 맞춰줄 거란 믿음이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는 "반주비가 굳는 것도 장점"이라며 웃었다.
서울시향의 비올라 단원 임요섭(45)은 피아니스트 동생 임리라(41)와 4월 30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에서 듀오 콘서트를 연다. 훔멜의 비올라 소나타 3번, 라이네케의 '세 개의 환상곡' 등을 연주한다. 이 남매는 최근 10년간 베토벤, 브람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임요섭은 "프랑크 소나타는 작곡가가 결혼 기념 선물로 부인에게 헌정한 작품"이라며 "사랑을 담은 곡들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나란히 공동 3위를 수상한 피아니스트 임동민(40), 동혁(36) 형제는 연초 가장 기대되는 공연 중 하나다. '동동 형제'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8년 만이다. 13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 등을 들려준다.
임동민은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몰라서 듀오 연주 제안을 수락했다"면서도 "프로그램은 동생이 제안했는데, 어려운 곡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형의 걱정을 두고 동생은 "엄살"이라는 반응이다. 동혁은 "형의 슈베르트 해석은 매우 훌륭하다"며 "무대에 위에서 좀 더 많이 활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4, 15일에는 피아니스트 김규연(35)이 어머니 이경숙(76) 연세대 명예교수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개최하는 신년음악회(부산시민회관)에서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365번)'을 연주한다. 김규연이 초등학생 때 어린이날 음악회에서 엄마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연주한 이후 무려 25년만의 모녀 합동무대다. 이 공연은 부산시향 지휘자 최수열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김규연에게 엄마는 "롤모델이자 음악적 동지이며 가장 친한 친구"다. 김규연은 "이번에 연주하는 모차르트 작품은 피아노 두 대가 끊임 없이 친밀하고 사랑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간다"면서 "나와 엄마의 관계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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