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의무화, 양형 강화? "재탕에다 땜질식 처방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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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 의무화, 양형 강화? "재탕에다 땜질식 처방에 불과"

입력
2021.0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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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현장에서 판단, 대응할 전문인력 길러야"

4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이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정인양을 입양한 양부모 중 양모는 같은해 3월부터 10월까지 정인양을 방임하거나 학대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뉴스1


이른바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정부와 정치권이 '제2의 정인이'를 막자며 법·제도 개선안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신고나 처벌을 강화하는 식의 접근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론에 휩쓸려 '땜질식 처방'을 남발하지 말고 맞춤형 대응을 위한 숙련된 전담인력 마련에 더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달 만에 나온 재탕 대책... "근본적 해법 아냐"

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즉각 분리제도 3월 시행 △경찰청 아동학대 총괄 부서 신설 △신고의무자에 약사·위탁가정 부모 추가 △전담공무원 664명 연내 추가 배치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재발 방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1월에도 아동이 1년에 2회 이상 학대로 신고되는 경우 보호조치 결정 전에 분리보호가 가능하도록 하는 즉각 분리제도 등을 발표한 바 있다. 방송 보도를 통해 여론이 다시 악화되자 기존 방안에 몇 가지 대책을 추가한 내용을 황급히 발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는 가정 내에서 벌어지고 부모가 가해자인 특수한 범죄여서 학대가 심해지기 전에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문제가 생기면 처벌을 강화하자는 식의 단편적인 대책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도 "가해자를 처벌하고 아이와 분리를 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인데 그게 전부인양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3년 못버티고 관둬... 숙련된 인력 확보가 관건"

특히 1년 내 아동학대가 두 번 신고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아동의 분리보호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한 즉각 분리제도는 실효성도 낮고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규정이 바뀌면 담당자들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분리조치를 남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미 현장에선 보호센터가 포화상태라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정익중 교수도 "한 번 신고해도 분리가 필요한 사례가 있고 두 번 신고해도 나두는 게 나은 경우가 있는데, 일률적인 규정을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문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황옥경 교수는 "처음 사건을 접하는 사람이 학대 위험 수준을 정확히 판단하고 여러 변인을 고려해 위기 정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며 "당장 매뉴얼 몇 개 바꾸는 것보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정익중 교수는 "아동학대 전담 인력들이 100시간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는데, 평균 근속기간이 2~3년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10월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제도를 처음 도입했는데 처우도 안 좋고 업무 강도가 너무 세서 그만 둔 공무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봉주 교수도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규모"라며 "이제라도 제대로 투자를 해서 숙련된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불행한 사건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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