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식쿠폰 혜택은 배달 중개 앱에서만
배민·요기요 등 수수료 장사 배불리는 셈
상위 치킨 브랜드 "추가 할인은 우리 앱에서"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최근 재개한 외식쿠폰 사업에 식음료 기업들이 추가 할인을 얹으며 매출 살리기에 사활을 걸었다. 포장과 배달 소비자에게 정부 외식 할인 혜택뿐 아니라 본사 차원의 추가 할인 프로모션까지 병행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매장 취식이 제한된 터라 포장·배달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그런데 유독 이 추가 할인에 조심스러운 곳들이 있다. 자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치킨 업체들이다. 정부 지원은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중개 앱에서의 결제'로만 한정돼 있다. 중개 앱으로 주문이 몰리면 각종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데다 자체 앱 육성 전략과도 부딪히는 탓에 계산법이 복잡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외식 브랜드들이 배달 중개 앱에서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의 외식 할인 지원 사업은 중개 앱에서 2만원 이상 4회 카드 결제를 하면 다음 달 카드사에서 1만원을 캐시백 또는 청구할인 형태로 환급해주는데, 여기에 더해 각 브랜드는 주문 시 2,000~5,000원가량을 더 깎아준다는 배너 광고를 내걸었다.
추가 할인 브랜드는 업종별로 다양하다. 커피와 빵부터 피자, 아이스크림,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포진해 있다. 할인 폭은 대부분 본사와 중개 앱이 반씩 분담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빕스 앱이 따로 없고 각 매장이 배달 중개 앱에 입점해 있기 때문에 중개 앱에서 3,000~5,000원씩 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킨 빅3 브랜드인 교촌과 bhc, BBQ는 대응 양상이 딴판이다. 지난해 11, 12월만 해도 모두 배민, 요기요 등에서 적극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3곳 중 지금은 bhc만 배민에서 2,000원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대신 BBQ는 내주 중 자체 배달 앱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촌도 할인 방식을 논의 중이지만 중개 앱보다는 자체 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촌과 BBQ의 경우 충성도 높은 장기 고객 확보, 마케팅 빅데이터 분석 등을 위해 자체 앱을 육성하는 게 주요 경영 전략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교촌 앱 이용자 수가 23만6,000명으로 가장 많고 BBQ가 16만8,000명이다. bhc(3만8,000명)와 4~6배 차이다.
소비쿠폰 정책에 맞춰 자체 앱이 아닌 중개 앱에다 할인을 내걸면 매출은 증가할 수 있지만 배달대행요금, 중개 수수료 등 자체 앱에선 줄일 수 있거나 아예 없는 추가 비용도 늘게 된다. 배달대행사와 중개 앱 수익이 좋아지는 구조다. bhc를 비롯해 네네치킨, 부어치킨 등 중개 앱 내 할인에 나선 치킨 브랜드들은 자체 앱이 없거나 이용률이 미미하다는 게 공통점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주문 중개 수수료만 10~15%인데 자체 앱에선 이 수수료가 없다"며 "배달대행사가 가져가는 요금 역시 건당 3,000~4,000원이 기본이고 날씨가 안 좋으면 최대 2,000원까지 더 붙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는 협상력이 있어 이 비용도 자체 앱에선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덩치가 작거나 자체 앱 이용자가 적은 브랜드는 마진을 줄여서라도 외식쿠폰 기간에 일단 많이 팔겠다는 전략이고, 어느 정도 자체 앱 고객이 확보된 곳들은 굳이 중개 앱에서 추가 할인을 하는 효용이 높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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