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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처럼 피해자는 아닌데... 이낙연의 '사면론 정면돌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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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처럼 피해자는 아닌데... 이낙연의 '사면론 정면돌파' 이유

입력
2021.01.04 19:01
수정
2021.01.04 22: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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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벽두에 던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제안에 민주당은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소환하며 '통합'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기류도 일부 있지만, "국민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무슨 사면이냐"는 역풍이 더 거세다. 사면론은 당 대표 임기를 2달 가량 남겨두고 이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던진 승부수다. 그래서 '정면돌파' 외에 다른 선택지는 보이지 않는다.

호남 출신 대선주자의 '사면론', DJ와 닮긴 했지만...

이 대표가 내건 사면 명분은 DJ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분열을 멈추고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DJ가 대통령 당선자로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한 건 1997년 12월로, '외환위기 돌파를 위한 국민통합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 대표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국난'이라 부르며 위기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다. 급선무를 해결하는 데 국민의 모아진 힘이 필요하다"며 사면 주장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9년 6월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열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 예배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9년 6월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열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 예배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교동계 민주당 의원들도 '국가 위기론'을 들어 이 대표 사면론을 지지한다. DJ 비서 출신인 설훈 민주당 의원은 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그 바탕(사면 제안)에 깔린 정신 자체는 이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DJ 정부에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법 정의를 걱정하는 촛불시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코로나 위기 상황"이라며 "사면은 이낙연의 승부수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승부수"라고 말했다.

"이낙연과 DJ는 다르다...조급해 말라"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반대하는 민주당 인사들은 이 대표와 DJ의 사면은 성격이 다르다고 반론을 편다. 전두환 신군부로부터 모진 핍박을 받은 '당사자'인 DJ와 달리,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패에 대한 사면을 언급할 자격이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됐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두환 사면은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DJ가 국민 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고, 그 결단에 국민이 동의한 것”이라며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장 큰 피해자인 국민에게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이 사면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면 제안 당시 DJ는 당 총재이자 대통령 당선자로서 권한이 막강했다. 이 대표는 선출직 지도부인 최고위원회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입장이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면 문제를 거론하며 "조급함을 절박함으로 혼동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이었던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3·1절 사면 추진에 반대하며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전례도 민주당 안팎에서 회자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文 신년 기자회견 들으면 다 이해될 것"

사면 논의를 밀고 나가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는 확고하다. 대표 임기를 약 2달 남겨두고 직접 꺼내든 이슈를 당내 반발 때문에 접는다면, 차기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 대표가 자기 브랜드로 만들려 하는 '협치'와 '통합'도 상처를 입게 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분투(ubuntuㆍ‘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족 표현)'를 키워드 삼아 여야정(여당·야당·정부) 정례 대화를 제안하는 등 줄곧 협치를 강조해왔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밤 KBS 뉴스9에 출연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때 국가의 최고통치자였다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 아픔을 생각하는 지도자로서 사과 같은 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제시한 사면의 전제조건인 두 전직 대통령 사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 측에선 이달 중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사면 권한을 가진 문 대통령이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한 측근 의원은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들으면 이 대표가 어떤 맥락에서 사면 얘기를 꺼낸건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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