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확산세 못 따라가는 백신 접종에... '간격 늘리고 혼용' 주장 등 꼼수만 난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확산세 못 따라가는 백신 접종에... '간격 늘리고 혼용' 주장 등 꼼수만 난무

입력
2021.01.03 19:00
15면
0 0

英 정부 접종간격 4→12주 연장
서로 다른 백신 혼용 가능 지침도
과학계 "검증 안됐다" 거센 비판

영국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무리 백신을 많이 투여해도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다. 그러자 각종 꼼수가 만발하고 있다. 정해진 백신 접종 간격을 크게 늘리고, 또 백신을 섞어 맞자고 한다. 아예 한 번만 백신을 접종해도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쏟아지다보니 어떻게든 많은 이들에게 백신 혜택을 주자는 묘수라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졸속 결정으로 백신 신뢰도 잃고 확산세만 부추길 것이란 비판이 더 우세하다.

英 "백신 혼용하고 2차 접종 기간 늘리겠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최근 발표한 백신 접종 지침에서 “2차 접종 시기에 1차 때와 같은 백신을 사용할 수 없다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백신을 맞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에서 승인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차 접종 3~4주 뒤 2차 접종을 해야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물량이 부족하면 당장 수중에 넣을 수 있는 백신을 접종해도 괜찮다는 건데, 코로나19 백신은 종류 불문하고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노려 아무 백신이라도 추가로 맞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매리 람지 영국공중보건국(PHE) 감염병국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혼용 투여는 극히 드문 경우일 뿐”이라면서도 “백신을 추가 접종하지 않는 것보다 다른 백신을 맞는 것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앞서 1ㆍ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12주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2회차 접종을 지연시켜 가급적 많은 국민이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게 한다는 전략이다. 심지어 백신을 1회만 접종해도 문제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보스턴대 전염병 전문가인 크리스 길 박사는 “모더나 백신은 한 번만 맞아도 효과적”이라며 “두 번째 접종을 기다리는 동안 백신을 전혀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에서 한 간호사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프랑스에서 한 간호사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과학계 "데이터 없다" 비판 일색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전날 영국의학협회(BMA)는 성명을 내고 “(1차 접종을 받은) 노령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사망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이라며 “이제 와서 수만명의 (2차) 접종 일정을 바꾸는 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화이자 측 역시 “1차 접종 뒤 21일이 넘어가도 바이러스 방어력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데이터가 없다”고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백신 전문가인 존 무어 미 코넬대 교수도 일간 뉴욕타임스에 “영국 정부가 내놓은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자료가 일절 없다”면서 “영국 공무원들이 과학을 완전히 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최대 발병국 미국 보건당국도 일단 '동일 백신ㆍ2회 접종'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30일 개정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침에 “백신 혼용의 안전성과 효과성은 평가되지 않았고, 두 번의 접종은 같은 백신으로 완결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접종 간격 확대 방안을) 찬성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각종 고육책이 난무하는 것은 백신 생산 속도와 접종 속도는 더딘 반면, 변이 위력까지 더해진 코로나19는 손쓸 새 없이 빠르게 확산 중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이날 하루에만 역대 최다인 5만7,72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감당 가능한 의료체계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여기에 전염력이 70%나 높은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접종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보이다.

미국 역시 화이자ㆍ모더나 두 종류의 백신 접종에 돌입했으나 예상만큼 속도가 나지 않아 고민이 크다. CDC 자료를 보면 지난달 30일까지 배포된 코로나19 백신은 1,240만 접종분이 넘지만, 실제 백신을 투여 받은 사람은 279만4,599명에 그쳤다. 정부가 공언한 연내 접종 목표치 2,000만명의 7분의1에 불과하다. 까다로운 운송과 보관 규정, 인프라 미비 등 복합적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이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7만7,000명으로 코로나19 발병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허경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