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력 생산에 쓰이는 연료비가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한국전력이 구매하는 유류 등 연료비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내 집 전기료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또 석탄화력발전 축소 운영으로 발생하는 기후ㆍ환경 비용이 신규로 부과되는 등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되면서 전기요금 청구서의 요금 항목도 바뀌게 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새 전기요금 청구서는 8일부터 순차적으로 발행된다. 청구서를 우편이 아닌 이메일로 받아본다면 당일에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새 요금 청구서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항목은 연료비 조정 요금과 기후환경 요금이다. 우선 연료비 조정 요금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의 차이를 요금에 반영한 것이다. 1월 청구서의 실적연료비는 지난해 9~11월을, 기준연료비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를 기준으로 산정하게 된다.
이 연료비 변동분은 분기마다 주기적으로 책정해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즉, 한전이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입에 쓴 비용에 맞춰 요금을 올리거나 내리게 된다.
지금과 같은 저유가 시기에는 전기요금이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인 가구의 평균 한 달 전기요금(350㎾h 기준)은 5만5,080원이다. 새롭게 바뀐 연료비 조정 요금을 반영하면 올해 1~3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평균치보다 1,050원을 덜 내게 된다. 4~6월의 경우 할인액이 최대 1,750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새 전기료 고지서에는 기존 고지서에 일괄적으로 포함된 기후ㆍ환경 비용을 분리해 청구한다. 마찬가지로 4인 가구 평균 요금을 적용하면 기후환경 요금은 1,855원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 이행 비용(RPS, 1,575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ETS, 175원),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105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 가운데 RPS와 ETS 비용은 기존에도 전력량요금에 포함됐던 금액으로, 순수하게 늘어나는 금액은 석탄발전 감축 비용인 105원뿐이다.
결국 앞서 계산한 연료비 조정액(-1,050원)과 환경비용 순증액(105원)을 더하고 이에 대한 부가가치세(4,750원)와 전력기금(1,750원)을 다시 계산하면 올해 1분기 4인 가구의 평균 전기요금은 5만4,000원이 된다. 이는 전기요금 개편 전과 비교해 1,080원이 싼 수준이다.
하지만 전기료가 앞으로도 계속 인하된다고 볼 수는 없다. 유가가 오르게 되면 연료비 조정 요금이 크게 오를 수도 있다.
정부는 급격한 전기료 변동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요금 변동폭을 최대 5원으로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요금 변동 폭 제한은 기준연료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조건에서만 적용될 뿐 유가 상승으로 기준연료비가 바뀌면 추가 인상은 피할 수 없다.
7월부터 전기 사용량이 적은 1~2인 가구에 주는 할인 혜택인 ‘주택용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가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한달에 200㎾h이하로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에게 일반주택은 4,000원, 아파트는 2,500원씩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1~2인 가구에게는 할인됐던 금액만큼 사실상 전기료가 인상되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소비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합리적인 전기 소비를 유도할 것”이라며 “연료비 조정 요금 산정 방식 등 관련 자료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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