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으로 대중집회 사실상 불가
지도부, 휴식 중 왕실개혁 수위 놓고 분열
시위 요구 거세 이달 하순 재개 가능성 ↑
왕실개혁과 정권퇴진을 요구했던 태국 반(反)정부 시위대의 움직임이 새해 들어 잠잠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대규모 집회가 불가능한 데다, 왕실개혁 요구 수위를 놓고 내부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다만 시위 동력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진화 여부에 따라 ‘제2의 물결’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미얀마발(發) 코로나19 재창궐은 지난달 14일 ‘휴식과 충전’을 선언한 반정부 시위대의 활동 재개를 가로 막는 최대 변수다. 최근 200명 이상의 지역감염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태국 코로나19 상황관리센터(CCSA)는 수도 방콕 등 28개 주(州)에 레드존(위험지역)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 레드존 지정 시 대규모 모임이 원천 금지되고, 지역간 이동도 제한된다. 설령 레드존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반정부 집회 강행은 ‘방역에 대한 도전’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집회 동력이 소멸되기 전에 행동을 재개해야 하는 시위대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위대 내부의 의견충돌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반정부 활동가 빠릿 치와락 등 기존 지도부는 여전히 왕실개혁을 핵심 집회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합류한 새 지도부 구성원들은 “정부가 왕실모욕죄를 적용하기 시작한 만큼 표현 수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 지도부는 현재 왕실모욕죄 등 11개 이상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며, 모든 혐의를 인정할 경우 최대 165년 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종합하면 시위대에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득보다 실이 많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르면 이달 하순 반정부 투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란 예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활동 재개 조짐도 엿보인다. 시위 주동자들은 최근 왕실의 무분별한 예산 집행을 비판하는 ‘크롭탑’ 착용 퍼포먼스에 돌입했고, 투쟁 독려 벽보도 방콕 시내 곳곳에 나붙었다. 태국 외교가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위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강해져 지도부가 곧 다시 거리로 나설 것”이라며 “정부의 방역 역량 등을 감안할 때 지역감염이 잡히는 25일 전후 활동이 재개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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