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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당의 반기… 트럼프 법안 거부권 첫 무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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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당의 반기… 트럼프 법안 거부권 첫 무효화

입력
2021.01.02 09:21
수정
2021.01.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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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상원, '주한미군 축소 제동' 국방수권법 재의결
WP "대선 뒤집기 시도 등 과정서 공화 균열 드러나"

미국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15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본회의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축하하고 싶다"고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15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본회의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축하하고 싶다"고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하며 임기 막판 몽니를 부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한 법안 거부권을 처음 무효로 만들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 상원은 1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주한미군을 줄이지 못하도록 막는 조항 등이 포함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찬성 81표, 반대 13표로 재의결했다.

NDAA는 미국의 국방 정책과 예산을 포괄하는 법안이다. 군인 봉급, 무기 구매비 등 미 안보와 관련한 비용 지출의 근거와 제도적 조치 규정이 망라돼 있다. 담고 있는 예산 규모가 7,400억달러(약 807조원)에 이른다.

공화당의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은 NDAA는 군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며 상원이 다시 한 번 초당적으로 투표해 기쁘다고 밝혔다.

59년째 초당적으로 처리돼 온 이 법안은 이번에 역시 의회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지난달 하원(찬성 335표, 반대 78표)과 상원(찬성 84표, 반대 13표)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통신품위법 제230조 폐지 등 자신의 요구를 의회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자가 제작해 올린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보호하려는 취지로 면책권을 부여하는 이 법안이 못마땅했다. 트위터ㆍ페이스북 등 자기에게 우호적이지 않던 대형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손보는 데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해외 주둔 미군을 미 본토로 데려오려는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이 법안이 어긋난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거부 명분이다. 법안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 수준인 2만8,500명 이하로 미만으로 감축하는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발표한 독일과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감축 계획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이밖에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미군 기지 명칭을 바꾸는 내용도 법안에 담겨 있다는 사실도 거부권 행사 사유로 꼽혔다.

하지만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르지 않았다. 일단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지난달 28일 찬성 322표, 반대 87표로 NDAA를 다시 의결했다. 이어 공화당이 우위인 상원마저 이날 재의결을 통해 자기 당 소속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양원 재의결로 효력을 잃은 건 처음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8번의 거부권을 행사해 인정됐지만, 9번째인 이번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ㆍ하원이 초당적 공감대 속에 거부권을 무효로 만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게 언론의 대체적 분석이다. AFP통신은 “의회가 압도적인 표결로 집권 말기 트럼프에 굴욕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의 거부권 무효 표결로 임기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패배를 안겼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최종 확정되는 6일 상ㆍ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시도에도 힘이 빠질 전망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선 결과를 전복하려는 대통령의 시도와 NDAA 처리가 최근 함께 진행되며 공화당 내에서 임기가 끝나 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어디까지 지지할 의사가 있는지를 놓고 의원들 간에 생긴 깊은 균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워싱턴으로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전용 헬기 마린원에서 내려 백악관 잔디밭을 걷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워싱턴으로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전용 헬기 마린원에서 내려 백악관 잔디밭을 걷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백악관 돌아온 트럼프, “6일 시위 나오라” 지지자 선동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공화당을 비난했다. 이날 트위터에 “우리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대형 테크 기업들에 무제한적 권한을 주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없애버릴 기회를 놓쳤다. 한심하다!”라고 적었다.

이제 그가 기댈 곳은 지지자다. 트위터에 “워싱턴DC에서 1월 6일 오전 11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릴 것이다. 장소 관련 정보가 나중에 나온다. 도둑질을 멈춰라!”라고 썼다. 공화당 상원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리자 지지자들을 선동한 것이다.

플로리다주(州) 개인 리조트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을 단축해 전날 백악관에 복귀했다. 6일 상ㆍ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을 독려해 ‘마지막 반란’을 도모하려는 의도일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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