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무기 안 판다" 공약 무시하고
EU와 관계 개선하려는 노력에도 '찬물'
테러지원국 추가하면 쿠바와 친선 '제동'
퇴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판 외교 행보가 사사건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더 이상 무기를 팔지 않겠다고 공언한 나라에 무기를 팔거나, 앞으로 잘 지내 보려는 나라와의 관계를 꼬아 버리는 식이다. 차기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일부러 부리는 심술처럼 보일 정도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2억9,000만달러(약 3,146억5,000만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는 정밀유도폭탄 GBU-39 소구경탄 3,000발과 컨테이너, 지원 장비, 여분 장비 및 기술 지원 등이 포함된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같은 날 국무부는 공격 헬기 AH-64E 아파치 40억달러(4조3,480억원) 어치를 쿠웨이트에 판매하는 방안 등도 승인했다. 이번 수출은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중동 내 '독재 국가'들에 무기를 판매하는 트럼프 정부 행태의 연장선상이라는 게 영국 일간 가디언의 분석이다.
이와 대조적인 건 유럽연합(EU)이나 쿠바를 트럼프 정부가 대하는 태도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EU 양강 독일과 프랑스가 만드는 항공기 부품, 와인 등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EU가 자국산 제품에 불공정한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해 EU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관세 조치는 이에 따른 맞대응 조치라는 게 USTR의 설명이다.
쿠바에게는 더 냉담하다. 29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국무부가 쿠바를 테러 지원국에 추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를 플로리다주(州)의 쿠바계 미국인들에게 주는 선물로 해석했다. 11월 대선 당시 플로리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했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랐던 쿠바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대미 국교 정상화와 함께 목록에서 빠졌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하던 대로 밀어붙일수록 바이든 정부의 구상은 헝클어진다는 사실이다. 일련의 결정들이 하나같이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여서다. 대선 기간 바이든 당선인은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에는 지원을 하지 않고 무기를 팔지도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EU를 비롯한 동맹국들에게는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신호를 발신 중이고, 자신이 부통령이던 오바마 정부 때처럼 대(對)쿠바 압박을 완화한다는 게 바이든 당선인의 계획이다.
때문에 바이든호의 안착을 막을 심산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짐짓 저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트럼프 정부의 무기 판매를 놓고 반대 단체들 사이에서 트럼프 정부가 개탄스러운 인권 문제에 아랑곳없이 레임덕 기간까지 활용해 서둘러 중동에 무기 선물을 나눠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결국 바이든 정부의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테러 지원국 지정 철회는 몇 달씩 걸리는 번거로운 일이다. 출범 초부터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스 미 하원 차기 외교위원장은 쿠바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려는 현 정부의 계획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행정부에 수갑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