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민의 검찰, 공정한 검찰" 윤석열 신년사의 속뜻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민의 검찰, 공정한 검찰" 윤석열 신년사의 속뜻은?

입력
2020.12.31 19:00
2면
0 0

'국민' 14번 언급... "국민만 보고 좌고우면 말아야"
'방어권 보장'도 강조... 추미애 장관 에둘러 비판??
검찰 내부선 "인권감독자 검찰 역할 강조" 해석

윤석열 검찰총장이 올 2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인권위원회 위촉식에서 강일원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올 2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인권위원회 위촉식에서 강일원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1일 “검찰개혁의 목적과 방향은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2021년 신년사’를 통해 남은 7개월 임기 동안의 구상을 상세히 밝힌 것이다. 지난 24일 법원에서 ‘정직 2개월’ 처분 효력 중단을 받아내 다시 총장직 수행에 나선 지 일주일 만으로, 직무 복귀 이후 윤 총장의 구체적 메시지가 외부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총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검찰의 변화와 개혁은 형사사법시스템과 관련된 법령 개정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정한 검찰’과 관련, 그는 “편파적이지 않고, 선입견을 갖지 않으며, 범죄방지라는 공익을 위해 부여된 우월적 권한을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검찰’에 대해선 “권한의 원천인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라는 단어도 무려 14차례나 언급됐다. 대검 관계자는 “참모들의 도움을 일부 받기도 했지만, 신년사 처음부터 끝까지 총장의 평소 소신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전했다.

신년사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대목은 ‘피의자ㆍ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다. 윤 총장은 “검찰은 법률전문가 집단으로서 인력, 권능, 정보, 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도 적극 수집해 제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정당한 법률 조언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구속을 했더라도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구속을 취소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해야 하고, 무의미한 항소나 상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윤 총장의 이러한 ‘메시지’는 최근 검찰의 피의자 방어권 관련 규정 정비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 대검은 전날 ‘영상녹화 업무처리 지침’(예규)을 개정,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한 사건에 대해선 ‘피의자 또는 참고인 출석 조사 시 영상녹화’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서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29일에는 스마트폰이나 PC 등 디지털 증거를 압수ㆍ수색ㆍ검증하는 모든 단계에 압수대상자나 변호인이 참여할 권리를 명시하도록 ‘디지털 증거의 수집ㆍ분석의 관리 규정’(예규)도 개정했다.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특히 윤 총장은 “방어권을 단순히 형식적으로만 보장해선 안 된다”면서 “수사, 소추, 공판, 상소 등 모든 과정에서 국민들이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까지,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 이후, 줄곧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던 윤 총장이 추 장관 측을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신년사와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신년사’에선 선거범죄, 신종경제범죄 등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면서 검찰 수사의 우선순위에 방점을 찍었는데, 이번엔 이런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는 줄어들지만, 경찰 수사 지휘 등 ‘인권 감독자’로서 검찰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걸 재차 강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을 둘러싼 외부 환경 변화가 2021년 신년사 작성의 핵심 고려 요소였을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추미애 장관도 이날 신년 서한을 발표했다. 추 장관은 “2020년 법무부는 인권ㆍ민생ㆍ법치라는 3가지 원칙 아래 실질적인 법무혁신을 위해 쉼 없이 달려 왔다”고 자평했다. 이어 “수사권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올해부터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큰 변화가 있다”며 “새롭게 시행될 형사사법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현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