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용자, 외부에 편지도 못 보내
"OO일 확진 판정" 문자 통보가 전부
"가족한테도 얘기 안 해줘 답답·분노"
"무슨 일이 있으면 가족한텐 얘기를 해줘야죠. 이러다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고 있는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 가족들이 '깜깜이 행정'에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다. 구치소 내부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치료가 시급한 수용자마저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일부 가족들은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792명이다. 이 가운데 수용자(출소자 포함)가 771명이고, 구치소 직원이 21명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771명 중 345명은 지난 28일 경북 청송군의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됐다.
확진자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지내고 있다. 면회가 중단되고 편지 발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외부와 단절됐다. 가족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있을 뿐, 수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뚝 끊긴 편지… 가족들, 수용자 건강 상태도 몰라
이달 초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A(56)씨는 청송으로 이송됐다. A씨 가족들은 그가 이달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28일 이송됐다는 점 이외에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A씨의 아내 임모(49)씨는 "남편이 매일 편지를 써왔는데, 17일 편지를 마지막으로 아직 한 통도 못 받았다"며 "구치소의 열악한 사정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인권침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씨가 A씨로부터 들은 가장 최근 소식은 구치소 직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돼 수용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A씨는 편지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걸려서 옮을 것 같아 24시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다른 사람들도 옮고 있어서 불안하다"고 적었다. A씨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전엔 수용자들에게 지급되는 마스크도 없어, 따로 마스크를 구매해 썼다고 한다.
가족들이 구치소 측에 A씨의 건강 상태에 관한 설명을 요청했지만, 구치소에선 문의자가 누군지도 묻지 않은 채 "잘 치료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임씨는 "가족인데도 개인정보라서 (건강 상태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고, 외부와 똑같이 치료받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만 말한다"며 답답해했다.
하혈하는데도 구치소 '묵묵부답'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 동부구치소에 대기 중인 B(39)씨 가족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B씨는 특히 수감생활 중 유산해 병원에서도 수술을 권한 상태다. 그러나 그 사이 구치소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유산 후유증으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수술은커녕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B씨 가족들은 면회가 금지된 데다 변호사 접견까지 막혀있어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B씨의 남편인 이모(56)씨는 "아내가 하혈하고 매일 고통을 호소한다는데, 구치소에 전화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구치소에서도 아무것도 안 해줘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다가 평생 임신을 못할 수도 있는데, 수술은 받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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