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기대"
지난해 9월부터 SNS서 비판 쏟아내
"반민주적·이중적·檢 공화국" 표현도 써
박범계(57)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과거 박 의원과 윤석열(60) 검찰총장의 관계가 새삼 화제다. 판사 출신인 박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윤 총장과 연수원 동기다. 한때 박 후보자는 윤 총장을 "형"이라 부르며 치켜세웠다. 나이는 박 후보자가 윤 총장보다 세 살 어리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로 박 후보자는 윤 총장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에는 윤 총장을 검찰총장 권력을 남용하는 내로남불로 표현하며 누구보다 날 선 비판을 해왔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차기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게 되면 조국·추미애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검찰 개혁을 두고 윤 총장과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검찰 개혁이 진행되며 악연이 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박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살펴봤다.
한때 "윤석열, 촛불정신 잘 안다"고 했는데
박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때 윤 총장을 형, 자신을 범계 아우라고 부르며 정부 비판에 뜻을 같이했다.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에 지명됐을 때에는 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글을 썼다.
2013년 11월 10일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사법연수원 동기이면서 긴 대화 한번 나누지 못한 형에게 검찰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불의에 굴하지 말라는 호소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밉습니다. (생략)"
2019년 6월 7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환영합니다. 과거 대구고검, 대전고검으로 징계성 좌천을 겪을 때 사표를 만류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기대가 큽니다."
2019년 7월 8일
"오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예상되는 장면들 (중략) 누구보다 촛불정신을 잘 아는 윤 후보자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조국 전 장관 사태에 "윤석열이 공포스러운 나라 만들어"
그러나 박 후보자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조 전 장관을 두둔하며 윤 총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윤 총장 이름은 잘 거론하지 않았는데,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 범위가 넓어질수록 박 후보자의 비판 강도도 함께 올라갔다.
2019년 9월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회견. (중략) 인사청문회가 위태롭습니다. 청문 과정이 즉시 수사의 단서가 되는 전례는 문제입니다. 이제 어쩌면 검찰개혁은 조 후보자의 숙명이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년 9월 8일
"장관에 대한 (검찰의) 보고 의무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의 수사권에 비해 이례적이라는 대검의 입장. 모든 법적 제도는 검찰권 아래에 이례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인가."
2019년 9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께. (중략) 절제되지 않은 권력의 무한 행사는 공포스러운 나라."
秋·尹 갈등 격화에 "검찰, 윤석열 원톱 시스템"
윤 총장에 대한 박 후보자의 날선 비판은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최고조에 이른다. 그는 윤 총장이 권한을 남용하고 자신의 측근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2020년 1월 29일
('윤석열, 이성윤이 낸 사상 첫 이의제기서 저버렸다' 기사 인용하며) "검찰청법상 도입된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무력화됐다는 취지죠."
2020년 7월 1일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통하는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규정에도 맞지 않고 윤 총장 본인의 말과도 다른 전문수사자문단은 중지돼야 합니다."
2020년 7월 8일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따라야 합니다. (중략) 윤 총장은 측근의 이익을 위해 (수사에) 개입하려는 의심을 살 행동을 했습니다."
2020년 10월 12일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라고 법에 분명히 규정돼 있는데 지켜지지 않는 현실. 오늘 법무부 국감에서 확인. (중략) 추 장관은 현실적으로 (검찰청으로부터) 보고받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검찰총장만을 위한 원톱 시스템. 검찰 현장에서 법령 위배의 일이 너무도 쉽게 이뤄지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건 모르쇠 일관하는 윤석열"
박 후보자가 윤 총장에 대해 '반민주적 인사', '살아있는 권력', '이중적인 총장' 등 거친 표현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10월 국정감사 이후다. 수사지휘권 갈등,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가 벌어질 무렵이다.
2020년 10월 23일
"대검 윤 총장 국정감사 보고. 남는 기억은 '사람을 패 죽인 것과 같냐; '자네들', '부하', 그리고 말끝마다 '어어'. 질문자보다 길고 많은 대답.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밝힐 수 없다거나 보고받지 않았다거나 부장 전결이어서 몰랐다고 했다. 검언유착 사건에 전국 검사장들을 다 동원할 정도로 힘이 있는데, 한동훈 (검사장) 편들기 지적에는 식물총장으로 대응하더군요."
2020년 10월 26일
"종합국감 보고 2. 검찰은 윤석열 사단의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은 검찰의 것이 아니다. 윤 총장 발언 일부는 반민주적이다."
"윤석열, 도대체 누굴 위한 검찰이고 검찰총장인가요."
2020년 11월 4일
"현직 고위 공무원 중 구체적 사건이 부각되지도 않았는데 수사권을 갖고 있는 부장검사들에게 대통령과 주변을 겨냥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라고 부릅뜨고 발언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래서 그 본인이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겁니다."
2020년 11월 9일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에게 묻고 싶은 말. 작년 중앙지검장으로 했던 그 각하 처분과 지금 검찰총장으로서 빛의 속도로 하는 수사와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윤석열, 검찰공화국이 답이라고 생각하나"
박 후보자는 대검찰청의 판사 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윤 총장에 대한 비판 횟수도 늘린다.
2020년 11월 25일
"법무부 감찰 결과에 의하면 우리법 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 관계, 세평, 개인 취미까지 탐지해 정리된 보고서가 생산됐다는 것인데, 이건 영화에나 나올만한 대단히 심각한 사건입니다."
2020년 11월 26일
"판사 사찰 문건 중 세평. (중략) 이것이 사찰이 아니라고요? 사찰을 사찰인지도 모르는 무감각."
2020년 11월 30일
"문무일 vs 윤석열. (중략) 이번 (판사 사찰) 문건이 사찰이고 없어져야 할 검찰 문화임이 분명하다는 증좌임에도 현임 총장의 필요에 의해 부활했다는 것입니다."
2020년 12월 9일
"남의 허물은 티끌 같은 일도 사납게 따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검찰총장의 이중적 태도는 검찰의 고질적 악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2020년 12월 16일
"(생략) 검사징계법에 따라 진통을 겪을 대로 겪은 후 정직 2개월을 내린 결정에 마치 무슨 못한 일을 한 듯한 취급을 하는 일단의 세력과 사람들은 정말로 검찰공화국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박범계의 가장 최근 SNS 글은 '아, 대통령님"
박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안을 재가하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일주일 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총장직 복귀에 사과의 뜻을 밝히자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2020년 12월 18일
"('윤석열 징계 단행에 문 대통령 지지율 40%' 기사 첨부하며) 절차는 보장하되 시시비비는 분명하게! 이것이 국민의 뜻 아닐까요."
2020년 12월 25일
"(문 대통령, 윤 총장 업무 복귀에 대한 입장 다룬 기사 첨부하며) 아,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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