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 로저 헬머의 과거 발언 빗대 비판 나서
브렉시트에 변종까지, 유럽서 '영국 불신' 만연
영국이 전파력이 더 강한 변종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최초 발견지가 되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여행이 차단되는 등 곤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의 한 정치인이 "영국 바이러스라고 부르지 말라"고 항변하다가 과거엔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 왜 안되나"라고 주장한 것이 드러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과거 영국독립당(UKIP) 소속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브렉시트당 소속 로저 헬머는 2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새로운 코로나19 변이를 영국에서 발생했다고 하지 말아달라. 영국에서 최초로 확인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전혀 의미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은 불과 6개월 전 헬머가 남긴 트윗을 들고 와 그를 비판했다. 헬머는 당시 트위터에 "중국 음식, 인도 카레, 한국 김치라고 부르면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 왜 인종차별주의자냐"고 주장했다. 이를 인용한 네티즌들은 "그래서 중국 바이러스는 되고 영국 바이러스는 안 되나요?"라며 그를 조롱했다.
'중국 바이러스' 문제가 아니어도 헬머는 이미 문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18년 동안 유럽의회 의원직을 지내다 2017년 횡령 혐의에 연루돼 사임했다. 지난해엔 "인종에 대한 편견은 안되지만, 데이비드 래미(노동당 의원)를 보면 흑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고 주장했다가 보수당 정치인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브렉시트에 변종까지, 부쩍 늘어난 '영국 혐오'
헬머는 앞뒤가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농담거리로 전락했지만, 실제 유럽에서는 최근 브렉시트 협상 막판까지 대립한 데다 변종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영국을 향한 불신 여론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에서 격리 대상이던 영국 관광객 200여명이 집단 탈주한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벨기에 일간지 일부는 29일자 지면에 변종 코로나19를 가리키기 위해 '영국 변종' '영국 코로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들 매체 중 하나인 니우스블라트는 유럽의약품청(EMA)의 눌 와티온 부청장을 인용해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가 개발했고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성공 공식'이라 자찬했던 백신이 유럽에서는 1월 내에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와티온 부청장의 인터뷰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긴급 사용승인한 영국의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을 향한 노골적인 불신이 드러난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는 꾸준히 소통하고 있지만, 그쪽(영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MA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겨 온 기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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