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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튜브보다 다운로드 많았던 '줌'… "코로나 끝나도 끄덕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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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튜브보다 다운로드 많았던 '줌'… "코로나 끝나도 끄덕 없을 것"

입력
2021.01.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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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 교회에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 성탄 연합예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 교회에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 성탄 연합예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다수 기업이 고난의 한 해를 보냈지만 미국의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은 정반대다. 주가는 5배, 수익은 4배 이상 뛰며 그야말로 경이로운 한 해를 보냈다.

줌의 기업가치(109조원)는 어느새 110년 역사의 IBM(120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 코로나 시대 '랜선 모임'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며 폭풍 성장한 줌은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도 지금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중국 출신이 만든 줌… 타임 "사랑의 산물"

줌은 중국 출신 IT 개발자 에릭 위안(51)이 2011년 세운 화상회의 플랫폼 회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역에 본사가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020년 최고경영자(CEO)로 에릭 위안을 선정하면서, 줌의 탄생을 두고 '사랑의 산물'이란 표현을 썼다.

위안이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20대 시절 10시간 거리의 여자친구와 얼굴을 보며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처음 영상통화 플랫폼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원했던 그는 시원찮은 영어 실력 때문에 비자 발급이 8번이나 거부된 끝에 1997년 미국행에 성공했다. 첫 직장은 실리콘밸리의 영상회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웹엑스(WeBex)였다. 이 회사는 2007년 시스코(Cisco)에 인수됐는데,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teams), 구글(meet)과 더불어 업계 상위 회사로 꼽힌다. 에릭 위안은 시스코에서 부사장까지 올라가며 승승장구했지만, 2011년 돌연 자기 회사를 만들겠다며 동료 기술자들과 나와 줌을 세웠다.

줌 창업자 에릭 위안

줌 창업자 에릭 위안

줌은 2019년 4월 미국 대표 IT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나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줌의 상장 동기는 현재 세계 1,2위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 메신저 기업인 슬랙이었다. 당시엔 비전만 있고 수익은 제로였던 이들 기업과 달리 줌은 부채도 없고 돈도 곧잘 버는 회사란 평가가 뒤따랐지만, 상장 동기들에 비해 존재감은 미미했다 .

"코로나 시대 직장인 생명줄"… 유튜브 제치고 다운로드 1위

그런 줌이 지난해 초대박을 쳤다. 연초 줌의 주가는 68.04달러였는데 지난달 30일엔 353.4달러를 기록했다. 주가 상승률이 무려 419%에 달한다. 연중 최고가는 588.84달러(연초 대비 상승률 588%)였다. 줌은 지난해 총 매출을 1년 전보다 314% 증가한 25억8,000만달러(약 2조8,057억원)로 전망했다. 지난 3분기 직원 10명 이상을 둔 기업고객 수는 43만3,700명으로 1년 전보다 485%나 급증했다.

일등 공신은 코로나19다. 학교, 직장 등 모든 사회가 멈추다시피 하자 줌의 몸값이 뛰었다. 포브스는 "줌이 코로나 시대에 많은 직장인의 생명줄이 됐다"고 했다. 줌의 일일 이용자 수는 3억5,000명에 이른다.

꽤 괜찮은 화상회의 플랫폼 정도로 여겨졌던 줌은 코로나 시대 학교는 물론 소개팅, 결혼식, 장례식에까지 쓰임새가 다양해졌다. 줌은 학교에선 줌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현재 줌으로 수업 하는 학교는 세계 12만5,000곳에 이른다. 지난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애플리케이션(앱)은 '유튜브'가 아닌 줌이었다.

한 이용자가 줌으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줌 유튜브 캡처

한 이용자가 줌으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줌 유튜브 캡처

에릭 위안도 이런 대박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타임지에 따르면 코로나가 1차 정점을 향하던 지난해 3월 에릭 위안은 직원들에게 줌으로 재택 근무를 지시했는데,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줌으로 내각 회의를 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걸 보고서야 "올해 줌이 큰 역할을 하겠구나" 짐작했다고 한다.

줌의 성공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9년 된 신생기업이 어떻게 애플(페이스 타임), 구글, 시스코 등 쟁쟁한 경쟁자를 압도했느냐는 것이다. 타임지는 "40분 동안 무료사용 정책, 놀라울 정도로 쉬운 작동법 등이 장점으로 부각되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고 분석했다.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는 회의 솔류션 기업의 등급을 평가한 최근 보고서에서 줌을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더불어 '리더' 그룹에 포함시켰다.

가트너 2020 보고서에 줌이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와 더불어 리더 그룹에 포함돼 있다. 자료=가트너 보고서

가트너 2020 보고서에 줌이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와 더불어 리더 그룹에 포함돼 있다. 자료=가트너 보고서


코로나 백신 뉴스에 주가 30% 하락

단기간에 고속 성장한 줌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코로나가 종식돼 다시 대면 모임을 하는 일상이 돌아오면 화상회의 플랫폼 수요도 줄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줌이 급격하게 가입자를 늘려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500달러를 넘던 줌의 주가는 화이자 백신의 효과가 상당하다는 뉴스가 나온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30% 가까이 하락했다. 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47배로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줌을 이용해 여러명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줌 블로그

줌을 이용해 여러명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줌 블로그


화상회의 유용성 입증…가트너 "기업 10곳 중 7곳 원격 근무 늘린다"

하지만 화상회의의 유용성이 충분히 입증된 만큼 코로나 이후에도 수요는 계속 이어질 거란 전망이 높다.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2년까지 기업 10곳 중 7곳(74%)이 현장 근로자의 5% 이상을 원격 근무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줌은 최근 14억명의 인터넷 회원을 둔 일본의 유통 공룡 라쿠텐 그룹,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핀터레스트', 독일 통신사인 도이치 텔레콤 등과 제휴를 맺었다. 기존 화상회의 수요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줌이 쓰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여기에 대대적인 기술 업그레이드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줌은 지난 3분기 연구개발 예산을 80% 높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앞으로 화상회의 참석자가 실제 회의장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게 일종의 증강현실 같은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 그만큼 새 수요가 계속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줌 홈페이지 캡처

줌 홈페이지 캡처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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