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 상당 기부금 사적 유용 혐의
나발니 "죽지 않아 투옥 시도" 반발
러시아 당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국에 출두하지 않으면 실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협박에 이어 기부금 유용 등 사기 혐의를 씌웠다. 암살 시도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정공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수사당국은 최근 나발니가 기부금 약 500만달러(54억7,000만원)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며 대규모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나발니가 ‘반(反)부패펀드’ 등 단체에 기부된 자금을 개인 자산으로 축적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로부터 모인 펀드가 도둑맞았다”는 표현도 썼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나발니는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여러 법적 권한을 동원해 나발니를 계속 옥죄고 있다. 사기 혐의 수사에 앞서 전날에는 나발니에게 30일까지 연방교정국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다. 2014년 사기 및 돈세탁 혐의 재판에서 확정된 징역 3년6월형의 집행유예를 근거로 한 출두 명령인데, 연방교정국은 나발니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시된 기한 안에 방문하지 않으면 실형을 받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당국은 9월 말에는 나발니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등 러시아 내 자산을 압류하기도 했다.
나발니 측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수사 기법을 개발했다”면서 “내가 죽지 않아 감옥에 넣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8월 말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독일 병원에서 치료 후 의식을 회복한 바 있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14일 각종 통화와 여행 기록, 문건 등을 공동 취재한 결과,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특수요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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