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요양병원, 감염병 치료 역량 안돼"
"간호사, 간호조무사 80명이 병원을 나가고, 150명이 넘던 간병인도 지금 5명 남았어요."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중인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윤영복 원장은 3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게 딱 보름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첫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위험해서, 탈진해서, 감염돼서 간호 인력이 줄줄이 병원을 나갔다"며 "간병인을 붙잡아 두려고 비용을 높게 불렀는데도 돈도 싫다며 (코로나가 무섭다고) 다 나가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간 간병인들이 했던 식사 챙기기, 기저귀 교체, 거동 보조와 같은 일들은 남은 간호사, 간호조무사 41명의 몫이 됐다. 지금 미소들요양병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3명(종사자 포함 37명)을 포함해, 총 12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윤 원장은 "2, 3시간씩 쪽잠자면서 16일째 일하다 보니 다들 번아웃 상태"라고 토로했다.
윤 원장은 요양병원은 원칙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요양병원은 급성기 병원이 아니라, 만성기 병원"이라며 "감염병 질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빨리 빼 갔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고 호소했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이날 15명이 추가로 확진돼, 15일만에 누적 확진자가 총 190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서 4명이 숨졌다.
"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n차 감염' 부른다"
코호트 격리 시설, 특히 요양병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코호트 격리가 '방역 전략'이 아닌 '방치'에 가깝다는 비판이 거세다. 방역당국이 격리병상을 신속히 배정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날 기준 효플러스요양병원 관련 사망자는 39명이다. 이 중 27명이 격리병상을 기다리다 배정받지 못하고 숨졌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에는 확진자, 밀접접촉자, 아예 접촉도 안 한 사람이 섞여 있어 실질적으로는 동일집단이 아니다"라며 "격리를 오래 하면 동부구치소처럼 모두 다 걸린다"고 경고했다.
요양기관 대다수는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는 코호트 격리 원칙을 지킬 여건도 안 된다. 다인실, 간호 인력 1명이 여러 명을 돌보는 감염 취약시설이어서다. 2019년 장기요양보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요양원의 1인실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동일집단 격리는 치료, 돌봄이 가능해야 하는데, 확진자가 확진자를 돌보는 지금 상황은 방임, 방치일 뿐"이라 말했다.
"근본 원인은 병상 부족 문제"
이런 지적은 새롭지 않다. 올초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때도 나왔다. 코호트 격리된 이 병원 확진자들은 여러 명이 한 방을, 그것도 바닥에서 공동생활을 하다 사망률이 5.3%까지 치솟았다.
근본적으로는 병실 부족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중환자 병상 확보전을 치르는 정부는 병상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요양병원 확진자들을 이미 병원에 있다는 이유로 입원대기자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요양병원은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만큼 이를 감안한 더 많은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들어 사망 장소가 '요양원 또는 요양병원'인 확진자는 55명(29일 0시 기준)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