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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는 '마스크 입맞춤' 하는데…폭탄주 회식하는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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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는 '마스크 입맞춤' 하는데…폭탄주 회식하는 한국 드라마

입력
2020.12.31 04:30
수정
2020.12.31 10:4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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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일 드라마 비교해 보니

(위) 올 하반기 일본 NTV에서 방송된 '리모러브'에서 극중 커플이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입을 맞추고 있다. NTV 방송 캡처 (아래) 지난 1일 방송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청아예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소리를 지르며 홍보모델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SBS 방송 캡처.

(위) 올 하반기 일본 NTV에서 방송된 '리모러브'에서 극중 커플이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입을 맞추고 있다. NTV 방송 캡처 (아래) 지난 1일 방송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청아예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소리를 지르며 홍보모델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SBS 방송 캡처.


실내에서 30여 명의 학생이 다닥다닥 붙어 소리를 지르고 플래카드를 흔들었다(SBS '펜트하우스'ㆍ1일 방송). 예고 홍보대사를 뽑기 위해 오디션이 열린 강당은 아이돌 공연장처럼 들썩인다. 마스크를 쓴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학교 밖도 마찬가지다. "소맥, 콜?" 직장 회식 자리에선 10여명이 삽결살을 구우며 폭탄주를 권했다(KBS1 '누가 뭐래도'ㆍ11월24일). 퇴근 후 술집에서 치킨과 맥주로 회포를 푼 뒤 집으로 가는 길, 거리에 마스크를 쓴 행인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JTBC '허쉬'ㆍ11일).


'응답'인 줄... 코로나19 외면한 드라마, 커지는 괴리감

드라마엔 현실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살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감염병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모습들이 1년째 재현되면서 드라마와 시청자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심각해진 코로나19 확산세로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코로나 없는 세계관'의 괴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과 맘카페엔 '왜 코로나19시대의 현실을 다룬 드라마는 하나도 없나? 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불편한 생활을 하는데 드라마에선 딴 세상인 것 같다'(황**), '드라마 보면서 대체 언제 찍었지? 이 생각이 들면서 몰입이 안 된다'(송이**), '드라마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마스크 안 쓰고 있는 게 왜 이렇게 어색한가'(달콤함과 부드**) 등의 글이 올라왔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잃어버린 과거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사극이나 판타지 소재가 아닌 현실의 문제를 다룬 드라마에서조차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들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1 일일드라마 '누가 뭐래도'에서 나온 회식 장면. KBS1 방송 캡처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1 일일드라마 '누가 뭐래도'에서 나온 회식 장면. KBS1 방송 캡처


올 하반기 방송된 일본 KTV '누나의 애인'에선 극중 인물이 손세정제를 바른 뒤 회사로 들어가는 장면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KTV 방송 캡처

올 하반기 방송된 일본 KTV '누나의 애인'에선 극중 인물이 손세정제를 바른 뒤 회사로 들어가는 장면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KTV 방송 캡처


표정 볼 수 없고 청각장애인 불편... 제작진의 고민

29일 방송된 MBC '방송연예대상'에선 수상자와 시상자 모두 마스크를 쓴 채 TV에 나왔고, 참석자 자리 사이엔 비말(침방울)을 막기 위한 투명 칸막이가 설치됐다.

드라마에선 왜 유독 코로나19로 변한 새로운 일상을 담지 못할까.

제작자들이 꼽은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①마스크를 쓰면 배우들의 표정을 보여줄 수 없고 ②시청자들이 갑갑해 할 수 있으며 ③코로나19 발생 최소 1~2년 전에 작품이 기획됐고 ④청각장애인들에 불편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부장급 PD는 "현실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있는데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오면 오히려 갑갑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의 한 PD는 "코로나19로 촬영장도 살얼음판"이라며 "현실 반영을 위해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연기하는 걸 고민해봤지만 청각장애인들이 드라마를 보는 데 불편할 수 있어 실행해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방송된 JTBC 드라마 '허쉬'에선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단 한 명도 없다. JTBC 방송 캡처

최근 방송된 JTBC 드라마 '허쉬'에선 마스크를 쓴 행인들이 단 한 명도 없다. JTBC 방송 캡처


올 하반기 일본 NTV에서 방송된 '리모러브'에서 길거리를 걷는 이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NTV 방송 캡처

올 하반기 일본 NTV에서 방송된 '리모러브'에서 길거리를 걷는 이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NTV 방송 캡처


9월 종방한 일본 TBS 'MIU404'에선 극중 형사 역을 맡은 주인공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일을 한다. TBS 방송 캡처

9월 종방한 일본 TBS 'MIU404'에선 극중 형사 역을 맡은 주인공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일을 한다. TBS 방송 캡처


일본선 손세정제 쓰는 모습도 클로즈업 하는데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달리 코로나19로 변한 일상을 작품에 적극 끌어안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시대 달라진 원격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TV드라마가 제작되고, 방역 일상을 담은 장면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23일 종방한 NTV '리모러브(Remote Love)'에선 주연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커플은 직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입을 맞춘다. 22일 끝난 KTV '누나의 애인'에선 쇼핑몰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사무실에 들어갈 때 입구에서 손 세정제로 손을 닦는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9월 종방한 TBS 수사 드라마 'MIU404'에선 두 형사가 "(도쿄)올림픽이 없어질 줄이야"라며 마스크를 쓴 채 일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일본 드라마처럼 배우들이 꼭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거리 두기와 방역으로 달라진 일상을 자연스럽게 녹여 한국 드라마에 현실감을 살려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석희 드라마평론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코로나19 없는 상황을 1년 째 현실이라며 보여주고 그 과정을 통해 괴리감이 쌓이다 보니 드라마와 시청자가 완전 따로 놀 수밖에 없다"며 "길거리 장면에선 행인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여주거나 발열 체크를 하는 모습 등을 넣어 현실감을 살리는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드라마 흐름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코로나19 이전엔 맞고 지금은 틀린, 만석 극장에서 팝콘을 먹거나 테이블을 붙여 폭탄주를 돌려 마시는 단체 회식 장면 연출을 삼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학번' 웹드라마... 내년 8월까지 TV선 '0편'

변화에 더딘 TV와 달리 온라인에선 이제 막 코로나19 세계관이 움트고 있다.

드라마·영화 제작사인 앤드마크스튜디오는 코로나19로 기대했던 대학 생활이 산산조각 난 '20학번'들의 이야기를 다룬 웹드라마 '00년생이 온다'(가제)를 기획 중이다. 지상파ㆍ케이블ㆍ종편채널에서 내년 8월까지 예정된 드라마 편성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날 기준 TV에서 방영 예정인 코로나19 소재 작품은 단 한 편도 없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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