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en)이 프랑스 파리 인근의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28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98세.
유가족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가족 모두에게 매우 슬픈 날”이라며 “우리 모두 그가 평생 동안 보여준 끈기 있는 열망과 모험에 대한 용기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가르뎅은 크리스천 디오르, 가브리엘 샤넬 등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의 패션계를 이끌며, 1960년대 ‘우주시대 룩’ 등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디자인으로 프랑스 패션계에 한 획을 그었다.
1922년 이탈리아 트레비소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디자인과 건축에 관심이 높았다. 일찌감치 프랑스로 건너와 14세 때부터 파리의 의상실에서 일하며 패션계에 입문했다. 무대의상과 영화의상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는 크리스천 디오르 의상실에서 책임 재단사로 일하다 1950년 독립했다. 1952년 자신의 이름을 건 ‘가르뎅 하우스’를 열고 첫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당시 엉덩이를 부풀린 미래주의 스타일의 ‘버블 드레스’ 등은 직물로 만든 미니멀리즘 조각품으로 불릴 만큼 조형미가 뛰어났다. 이후 그의 의상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브리지트 바르도 등 당대의 유명 여배우가 찾는 의상이 됐다. 또 그는 맞춤복 일색이었던 패션계에 남성 기성복을 도입해 대중화에도 힘썼다. 영국 밴드 비틀스가 입은 옷깃 없는 수트도 그의 작품이다.
인공위성 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그는 비닐과 금속 섬유와 같은 혁신적인 재료를 사용한 스페이스 수트, 비닐 레인코트, 비닐 방수장화, 우주 드레스, 반짝이는 가죽 바지, 헬멧형 모자 등을 선보이며 '패션의 우주시대'를 열었다. 이후에도 기하학적 패턴과 과감한 색상 등 실험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는 “내가 선호하는 옷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위해 내가 만든 옷이다”며 그의 디자인 철학을 밝혀왔다.
그는 디자이너에 머물지 않고 패션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다. 1978년 중국시장에 진출해 중국의 봉제산업을 세계 무대로 끌어들였고, 이후 140개국에 800여여 개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노련한 사업가로서의 능력도 발휘했다. 하지만 라이선스 남발로 옷뿐 아니라 구두, 가방, 벨트 심지어 생수병에도 그의 이름이 붙어 디자인을 지나치게 상업화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2년 7월 90세의 나이로 패션쇼를 열고 2016년에도 행사에 참여하는 등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1960~70년대 초현대적 디자인으로 기존의 패션 스타일을 뒤집어놓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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