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슬람 법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

입력
2020.12.30 15:00
수정
2020.12.30 18:16
25면
0 0
이주화
이주화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맘

편집자주

'이슬람교' 하면 테러나 폭력, 차별을 떠올리지만 실은 평화와 공존의 종교입니다. 이주화 이맘(이슬람교 지도자)이 이슬람 경전과 문화를 친절하게 안내,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오해와 편견을 벗겨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슬람법을 아랍어로 '샤리아(Sharia’)'라고 하는데 샤리아는 '구원에 이르는 길'을 의미한다. 신법(神法)인 꾸란이 계시되었을 당시 이슬람 공동체에 법 집행은 너무나 쉬웠다. 왜냐하면 선지자 무함마드가 꾸란의 가르침을 근거로 사람들에게 보여준 모범적인 삶이 곧 꾸란의 실천이자, 샤리아법의 집행이었기 때문이다. 계시된 꾸란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허용하신 것(Halal)은 행하고 금하신 것(Haram)은 멀리함으로써 법을 집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계시를 통한 이슬람 법의 집행은 이슬람 이전 약육강식의 시대에 질서를 바로잡는 기초가 되었으며 이후 꾸란과 선지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는 이슬람 법해석을 위한 성문화된 법전으로 이슬람 제국의 종교적, 정치적 초석이 되었고 인류문명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법 집행의 근거에는 다음과 같은 꾸란의 가르침이 있었다.

"오 믿는 사람들이여, 하나님께 복종하고 선지자(무함마드)와 너희 중에 책임 있는 사람을 따르라. 만일 너희가 어떤 일에 다툼이 있었다면 그 일을 하나님과 선지자에게 의탁하라…" (04:59)

이와 같은 꾸란의 가르침에 의해 이슬람 공동체는 어떤 이견도 선지자 무함마드의 중재로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6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무함마드 이후 이슬람 공동체는 일련의 분열과 혼란의 시기를 겪게 되지만 그의 뒤를 승계한 1대 칼리파 아부바크르의 지혜와 그를 따랐던 교우들의 흔들림 없는 신앙심은 이슬람제국의 기틀을 삼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만일 여러분이 무함마드를 믿었다면 그는 이제 죽고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하나님을 믿었다면 그분은 영원하시며 항상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라고 외친 아부바크르의 절규는 사람들을 유일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다시 모이도록 하였고 이슬람 공동체를 굳건히 일으켜 세우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 날,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무슬림들에게 이슬람 법 샤리아의 집행은 더욱더 어려워졌으며, 1,400년 전에 계시된 꾸란은 현 시대의 급속한 변화를 반영하기에 너무나 오래된 법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슬람법 샤리아는 꾸란과 선지자 무함마드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모법(母法)인 꾸란과 하디스에 근거할 수 없는 새로운 명제에 대해서는 법학자들이 모여 합의(Ijm?a’)를 이루도록 했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꾸란과 하디스, 그리고 이전의 합의에 근거하여 법학자 개개인이 유추(Qiy?s)하여 새로운 법을 도출해 내도록 했다.

이러한 네 가지 단계에 의해 해석된 샤리아 법의 실례를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꾸란에 근거한 법 해석의 대표적인 예는 잘 알려진 돼지고기와 술이다. 꾸란에는 돼지고기와 술이 금기사항(05:93, 02:173)임을 정확히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술과 돼지고기는 민족과 문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슬림에게 금기이며 꾸란에 의한 강력한 법적 근거는 어떤 이견도 용납하지 않는다.

법 해석의 두번째 단계인 하디스에 의한 적용 사례는 꾸란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선지자 무함마드의 삶을 통해서 규정된 것들로 법적 근거를 삼을 수 있다. 오른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나 남성들이 수염을 기르는 행위 등은 선지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추종하는 것이며 이러한 행위를 실천하는 것으로 무슬림들은 축복을 구한다.

하디스에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당대의 이슬람 법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꾸란과 하디스에 위배되지 않는 한계 내에서 합의를 도출해 이를 기본법으로 삼도록 했는데 오늘날처럼 광범위하고 서로 다른 다양한 형태의 이슬람이 지구촌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상황에서 학자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이를 따르는 것이 무슬림의 기본 자세이다.

마지막 단계인 유추 해석은 문명의 위기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에게 이슬람적인 것과 비 이슬람적인 것에 대하여 타협의 여지를 준 돌파구로 볼 수 있다. 주어진 명제가 꾸란과 하디스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이를 자신의 신앙 발전을 위하여 승화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무슬림이 자신의 신앙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는 한 이슬람법 샤리아는 영원할 것이다.

이주화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