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4년째 복역 중인 김근식(52)이 내년 9월 출소하는 가운데 그가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김근식이 내년 9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출소 후 16일 만에 또 범행...두 달 반 동안 11명 피해
김씨는 2006년 5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경기와 인천 일대에서 초·중·고교 여학생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00년 어린이를 성폭행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형 집행을 마친 지 불과 16일 만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물건을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며 피해자들을 승합차로 유인해 공터 등으로 이동한 뒤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반항하는 피해자를 "찔러 죽인다"고 흉기로 위협하거나 마구 때렸다. 피해자 중에는 9세 여아도 있었다.
김씨는 2006년 9월 1일 동생 여권으로 필리핀으로 도주했다가 도피처를 마련하지 못하자 9일 만에 귀국했다. 귀국 이틀 뒤 경기 고양시에서 12세 여아를 강제추행한 그는 서울의 여관 등을 전전하다가 공개수배 다음날인 2006년 9월 19일 경찰에 붙잡혔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교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점, 피해자들이 평생 동안 지니고 살아갈 커다란 신체적·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더해 보면 평생 사회와 격리시킴이 마땅한다"면서도 "더 이상 도주가 어렵게 되자 자수해 검거된 뒤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항소했으나 기각돼 15년 형이 확정됐다.
성범죄자 등록 대상 아니지만…여가부, 등록 검토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201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공개됐다. 그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이(e) 사이트(www.sexoffender.go.kr)가 문을 열었고, 성범죄자 신상정보의 인터넷 공개를 규정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경기 안산시에서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68)도 2010년 10월 신상정보 공개 명령 5년을 선고 받았다. 조씨의 경우 성범죄자 알림이(e) 사이트에 사진, 나이, 키, 몸무게, 성폭력 전과, 실제 거주지 등 신상정보가 공개돼 있다.
조두순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011년부터 시행되면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가 더욱 활발해졌다. 이 법은 3년 소급 적용이 되면서 2008년 4월 16일 이후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신상정보 등록과 제출 의무 대상자에 포함됐다.
김근식은 그러나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 대상이 아니어서 출소 후 재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근식이 과거에 선고 받았을 당시엔 법원이 신상공개와 등록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근식은 형기만 마치면 별다른 제약 없이 출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여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를 통해 성범죄자 등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상정보 공개는 2000년 7월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성매수남 등의 정보를 일부 공개하는 수준에서 처음 이뤄졌는데, 당시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이 업무를 수행했다. 청소년위원회는 2010년 여가부 산하 위원회로 개편됐다.
김씨의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는 여가부가 우선 검사에 요청하면 검사가 법원에 공개 명령을 청구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결정이 이뤄진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김씨의)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해 해당 부서에서 법률 자문을 요청하는 등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2007년 7월 1일 이후 13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로 신상정보 등록 등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