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헛발질을 거듭하더니 결국 우선협상대상자인 (주)서진건설과 재협상을 추진키로 했다. 시가 사전 통지 절차도 없이 석연찮은 이유로 서진건설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다가 행정소송에서 진 뒤 항소를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시가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협약이행보증금 책정 기준인 총 사업비에 대한 용어 정의를 두고 서진건설과 이견 차를 드러낸 터라, 또다시 사업이 파행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시는 29일 서진건설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협상을 다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승적 차원"을 강조하며 재협상을 선언했지만 사실 서진건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게 결정타였다. 시는 사전 통지 절차를 무시한 채 서진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다가 지난 10일 법원으로부터 일부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시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려면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에 처분 내용 등을 통지하고 의견 제출 기회도 줘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시는 서진건설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시는 항소 여부를 검토했지만 소송 실익이 없다고 판단, 항소를 포기했다. 서진건설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단을 수용한 시는 서진건설과 재협상을 위한 실무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시가 어설픈 행정으로 소송을 자초하면서 거의 1년을 허비한 터라, 재협상에 속도를 내겠지만 협상이 뜻대로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협약이행보증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총 사업비에 대한 용어 정의를 놓고 시와 서진건설의 해석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시는 지난해 3월 이 사업에 대한 3차 민간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공모지침에 사업 협약을 체결한 민간사업자는 사업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총 사업비(토지매입비 제외)의 10%에 달하는 협약이행보증금을 협약 체결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현금 등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총 사업비에 대한 용어 정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제3조의 2 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제2조의 2)을 준용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법령은 총 사업비를 사회기반시설사업에 소요되는 조사비, 설계비, 공사비, 보상비, 각종 세금 등의 비용을 합산한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진건설은 이에 따라 기반시설 공사비와 설계비 등으로 책정된 327억원을 총 사업비로 보고 협약이행보증금으로 32억7,00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시는 기반시설공사뿐만 아니라 특급호텔 등 건축공사비까지 포함된 전체 사업비 5,396억원에서 토지매입비(570억원)를 뺀 4,826억원을 총 사업비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생각하는 협약이행보증금 규모가 워낙 차이가 큰 데다, 시가 그간 협상과 소송 등을 통해 미운 털이 박힌 서진건설과 협상을 하기가 별로 탐탁지 않은 눈치라 재협상이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일각에선 시가 서진건설에 482억6,000만원을 협약이행보증금으로 일괄 납부하는 방안을 고집한 뒤 서진건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또다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진건설은 또 총 사업비에 대한 용어 정의를 구하는 소송을 낼 게 뻔해 사업 추진은 또다시 멈추게 될 공산이 크다.
조인철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행정소송으로 인해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추진이 다소 늦어지게 된 점에 대해 시민들께 송구스럽다"며 "서진건설에 시민의 뜻에 귀를 기울여 진정성과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로 협상 재개에 임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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