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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안 쓸 수도 없고"…새해 배달비 줄줄이 오른다는데

입력
2021.0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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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에 배달 없이 못 사는 시대
새해부터 배달비 인상 예고한 지역 업체들
"택배비보다 비싸지는데" vs "배달원 처우 생각해야"

지난달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배달 중인 배달원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배달 중인 배달원의 모습.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요기요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더쿠 댓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집에서 패스트푸드는 물론 고기, 회, 커피와 디저트까지 거의 모든 음식을 편하게 시켜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죠. 원하는 음식이면 무엇이든 집까지 배달해 주는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다 보니 배달은 이제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11월 처음으로 월간 1조원을 돌파했는데요. 올해는 연간 거래액이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찾는 곳이 늘면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는 법이죠. 배달 시장 규모는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커졌는데, 이를 감당할 라이더(배달원)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보니 배달비도 점차 증가하고 있죠. 한때 건당 1,000원 수준이던 배달비가 이제는 웬만한 커피 한 잔 값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배달 대행사들은 2021년 새해부터 배달비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배달비가 너무 늘어 부담스럽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요.

과거 배달이 공짜였던 시대가 그립다며 유료 배달 시장을 연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가 없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눈길을 끌 정도인데요. 그러나 일부는 집에서 편하게 받아 먹게 됐고 배달 노동자의 처우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연한 서비스 비용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거리·날씨 할증까지 올린다는 지역대행 업체들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거리에서 배달 중인 배달원.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거리에서 배달 중인 배달원. 연합뉴스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새해 1월 1일부터 배달비를 단계적으로 올린다고 해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작게는 200~300원부터 많게는 1,0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마다 인상되는 배달비가 다른 건 배달비를 책정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배달비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을 통해 실제 각 지역에서 배달 일을 접수하는 지역배달 대행사들이 올린다고 볼 수 있죠.

배달비는 크게 배달 플랫폼 업체와 지역배달 대행사, 식당 주인 세 과정을 거쳐 결정됩니다.

플랫폼 업체는 지역배달 대행사에게 프로그램 수수료를 챙긴다고 보면 됩니다. 지역배달 대행사는 각 지역 사정에 맞춰 식당 주인에게 받을 배달 수수료를 결정합니다. 식당 주인은 지역배달 대행사에게 내는 수수료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배달비로 받습니다. 지역배달 대행사가 식당 주인에게 얼마를 받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죠.

지역마다 배달비가 다른 것도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배달원 수, 소요 시간 등 배달 환경이 천지 차이라 배달 수수료도 달라질 수밖에 없죠. 지역배달 대행사들이 당시 상황에 맞춰 배달 수수료를 올리면 당연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되겠죠.

최근에는 배달원 등 특수 고용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 물량이 크게 늘면서 배달원들이 과로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도 계속 전해지고 있죠. 이에 배달원들의 처우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요.

배달업계는 배달원 부족 현상이 심해지니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배달원이 늘어나는 구조가 되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하죠. 이에 업계는 정부를 향해 배달용 오토바이 유류세 환급과 배달원 산업재해 보험료 지원 등 배달원 공급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질 향상을" vs "배달 개념이 달라져"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대행 종사자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대행 종사자들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리꾼들은 새해 전부터 배달비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갖가지 반응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건당 3,000원이 넘는 배달비도 부담스러운데 여기에서 더 오르면 배달 서비스 이용을 망설이게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누리꾼들은 "택배도 건당 2,500원인데 배달비를 건당 금액으로 생각하면 너무 비싼 것 아니냐", "최소 주문 금액과 배달비 모두 오르면 너무 부담이라 더는 시켜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 등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요.

특히 배달비를 올리는 만큼 배달 서비스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도 상당했는데요. 배달이 늦거나 음식이 식은 채로 오는 상황이 일어나는데 과연 그런 서비스 비용을 올리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죠.

누리꾼들은 "음식이 다 식고 찌그려서 늦게 오는데 배달비는 올려 받는 게 말이 되느냐", "집 근처 식당인데 여러 군데 돌고 오는 게 맞느냐", "옛날에는 중국집에서 시키면 바로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일부는 유료 배달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해요.

이들은 "배달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도 많은데 배달비를 너무 아까워하면 안 된다", "배달비란 개념이 생겼지만, 예전에 배달하지 않던 메뉴도 집에서 받아먹는 시대가 됐다", "편하게 먹는 대신 내는 비용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착한 배달' 내세운 지자체 공공배달 앱 속속 등장

경기도 산하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달 1일부터 운영 중인 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특급'. 배달특급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 산하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달 1일부터 운영 중인 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특급'. 배달특급 홈페이지 캡처

비싼 배달 수수료에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불만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가 대안을 제시하며 배달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는데요. 지자체가 민간과 힘을 합쳐 자체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속속 만들고 있습니다. 10%대에 이르는 배달 수수료를 아예 없애거나 1~2% 수준으로 낮춰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인데요.

최근 경기도가 운영하는 '배달특급'은 지자체 배달 앱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어요. 경기도 산하 경기도주식회사는 지난달 1일부터 공공배달 앱 배달특급을 오산·화성·파주시 등 3개 시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달특급의 배달 수수료는 1% 수준으로, 배달비를 낮춰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발했다고 해요. 배민·요기요가 선점한 배달 독과점 시장의 폐해도 막아보자는 취지도 담겼습니다. 경기도주식회사에 따르면 가입 회원 수는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1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서비스 출범 한 달도 안 돼 누적 거래액은 이미 약 25억원에 달합니다.

경기지역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는데, 지역화폐로 결제할 경우 10% 이상의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어요. 경기도주식회사는 새해에 할인 혜택을 확대해 가입 회원 수를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지자체 배달 앱은 전북 군산시가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군산시는 '배달의 명수'란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인데요. 이후 인천 서구가 운영하는 '배달 서구', 충북의 '충북먹깨비' 등 각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자체 배달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서울시는 9월부터 민간 배달앱 10개를 모아 조합 형태로 만든 공공 배달앱 '제로배달 유니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 수준의 낮은 배달 수수료를 책정해 '착한 배달앱'을 강조하고 있어요. 지역화폐와 연계한 각종 할인 혜택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지자체 공공배달 앱 이용자 수는 아직 많지 않아 배민과 요기요 등 배달 독과점 시장을 흔들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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