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광명 보살,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출연
"저 사람들 밥 안 주면 어디 가겠나...방역 최선 다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차 대확산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서도 문을 닫지 못하는 무료급식소가 있다. 서울 종로구의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는 수도권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진 현재도 급식 방식을 바꿔 운영되고 있다.
이 급식소 운영을 총괄하는 자광명 보살은 2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밥이 제일 중요한 기초인데 여건이 좋다고 밥을 주고, 나쁘다고 밥을 안 주면 안 된다"며 급식소를 계속 운영해 나가는 이유를 밝혔다.
"감염되면 할 말 없으니 방역에 최선 다한다"
자광명 보살은 이날 라디오에서 현재 서울의 무료 급식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가운데 여전히 문을 열고 있는 것에 대해 "봉사하시는 분들 몇몇이 의기투합해서, 저 사람들 우리가 밥을 안 주면 어디 가서 어떻게 하겠느냐 (하는 마음으로) 마스크 착용 잘 하고, 저분들 마스크 갈아드리면서 (급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숙자 무료 급식소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종로구청에 들어오는 민원도 많다. 자광명 보살은 "아직까지 (코로나19) 감염자가 없지만, 그게 나오면 제가 할 말이 없다"면서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종로구청에서도 인정을 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일주일에 두 번씩, 화요일과 금요일 종로구청에서 건물 전체를 소독하고, 할아버지들 오시면 소독제를 앞뒤로 뿌리고, 마스크 갈아드리고 손소속제 해드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급식소는 수도권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로는 급식이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주먹밥을 도시락에 담아 나누어 주고 있다. 노숙자들에게는 간격을 넓혀 줄 서기를 유도하고, 음식도 따로 먹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급식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관계자들도 곤란을 겪고 있다.
"40~50대도 누구든지 와서 밥을 잡숴라"
어려움 속에서도 자광명 보살은 "배고픈 사람 누구든지 와서 밥을 잡숴라는 게 봉사자들 마음"이라고 했다. 최근 40대, 50대 노숙자도 급식소에 나타난다고 했다. "옛날에는 70대 이상 어르신들인데, 지금 보면 40, 50대가 쭈뼛쭈뼛 서 계셔서 이리 오시라고 하고 갖다 드리고 있다"며 그는 "자영업 하는 (젊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길에 나앉는 게 아니다.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다가 몰리는 것"이라고 했다.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1994년부터 현재 위치에서 26년 동안 운영해 오고 있으며 자광명 보살은 2018년부터 운영을 맡았다.
올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급식소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2월에 잠시 문을 닫았다가, 급식판을 놓고 배식하는 대신 주먹밥을 만들어 노숙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다시 급식을 진행했다. 9월과 12월에도 잠시 문을 닫았지만 무료 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계속 문을 두드렸고, 결국 급식 방법을 바꿔 가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자광명 보살은 "전 세계적으로 역병이 와서 난리가 났는데, 여기서 무료급식이란 걸 이 소임을 맡고 하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지금 방법을 바꿔가면서 이분(노숙자)들에게 밥을 드리는 것"이라며 "모든 일이 일어났을 때 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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