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매각' 공정위 요구 수용
쿠팡, 카카오 등 인수 후보로 거론
배달 앱 출혈경쟁은 계속될 듯
음식 배달 앱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공정개래위원회가 독일 배달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인수를 승인할 전제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이란 초강수를 뒀고, DH가 이를 수용하면서다.
한국 시장 자체보다 동남아 석권이 더 큰 목표인 DH는 결국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 능력, 기술력 등 성장가치를 높게 판단해 요기요 매각을 감수하기로 했다. 2조원대로 예상되는 요기요는 매물로 나오고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다.
'700만 고객' 확보 요기요 새 주인은?
28일 DH는 "공정위로부터 서면 자료를 전달 받은 후 내년 1분기 중에 요기요 매각 절차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DH는 배달의민족을 4조7,500억원에 인수하겠다며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요기요 이용자 수(안드로이드 기준)는 작년 11월(490만명)보다 감소한 478만명이지만, 배달의민족(1,054만7,326명)에 이은 2위 서비스다. 3위 쿠팡이츠(126만4,868명)에 4배 가까운 차이로 앞선다. 아이폰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월간 이용자 수만 700만명에 달한다.
DH는 지금까지 자신이 키워 온 요기요와 이제 경쟁해야 할 상황이 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음식 배달 앱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요기요를 품는 사업자는 단숨에 배민의 맞수가 될 수 있다. 쿠팡이츠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쿠팡을 비롯해 카카오, 현대백화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까지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아직까지 이들 기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요기요의 기업가치는 2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배민? 요기요? 쿠폰 따라 갈아타기 지속될 듯
어떤 새 주인이 나타나든 출혈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배민이 독보적인 1위이긴 하지만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은 86억1,800만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할인 쿠폰을 뿌리느라 마케팅 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지금처럼 할인 혜택을 저울질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당분간 유지된다는 뜻이다. 배달 앱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2, 3개 배달 앱을 깔아두고 할인을 많이 해 주는 서비스를 고르는 '멀티호밍' 비중이 높다"며 "요기요를 사 간 쪽은 지금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마케팅비를 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정한 6개월 내 매각이란 조건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간이 촉박해 배달 앱 경쟁 격화 등을 이유로 헐값에 팔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배민, 여전히 독보적 1위 "쏠림 지속"
일각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1위 사업자가 가진 '네트워크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면서 각종 물건을 내다 팔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제공하는 것처럼,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얻는 가치가 높아지는 네트워크 효과는 지속성,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구글, 페이스북도 이런 식으로 성장했다.
네트워크 효과는 독점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이미 해당 네트워크에 종속된 이용자들은 이용요금이 높아져도 둔감해지거나 대체 선택권이 부족해 그곳에 계속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정위 조사에서도 멀티호밍 이용자 대부분이 1차적으로 쓰는 앱은 배민으로 나타났다. 선호도와 이용패턴에서 배민이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결과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DH의 막강한 자금력까지 더해지면 네트워크 효과를 배민 쪽에 몰면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갔을 때 할인 경쟁 자제, 수수료 인상 등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결합의 또다른 조건으로 음식점 수수료율 변경 금지, 프로모션 금액 전년 동월 이상 사용 등을 붙이긴 했지만 이는 요기요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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