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거주 전 주민, NHK 영상 검증·정정 요구
"韓 언론이?'가혹한 노동' 증거로 활용하고 있어"
불리한 역사 지운 '산업유산정보센터'와 판박이
일제 시대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의 강제 노역 현장인 군함도(端島·하시마) 탄광을 둘러싼 일본 측의 '역사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 군함도에 거주했던 전 주민들이 1955년 NHK 프로그램 ‘녹색 없는 섬’ 내 반라 상태의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군함도 해저탄광 영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설치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군함도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취지의 내용만 전시해 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28일 군함도 전 주민 10여명이 지난 11월 20일 해당 영상에 대해 NHK에 검증과 정정을 요구하는 항의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NHK 프로그램 영상을 본 뒤 '갱내 영상은 군함도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촬영됐다'고 결론 내렸다. 전시부터 1954년까지 군함도 탄광에서 근무했다는 고바야시 데루히코(小林輝彦)는 산케이에 "알몸으로 석탄을 채굴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시된 영상은 1955년 11월 17일 NHK에서 방송됐다. 2015년 발매된 '군함도여 영원히'라는 DVD에도 수록됐다. 이에 따르면 훈도시(일본식 남성 속옷) 차림의 노동자가 곡괭이를 휘두르거나 갱내 천정이 낮아 허리를 구부린 채 작업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이에 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 등은 군함도 탄광에서는 작업복을 입도록 했으며 곡괭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갱도 높이도 약 1.5m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가토 고코(加藤康子) 산업유산국민회의 전무이사는 "방송 이후 65년, 그런 영상을 참고한 한국인들의 증언이 군함도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 수정주의 행보를 보여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가까운 관계다. 가토의 아버지인 가토 무쓰키(加藤六月) 전 농림수산장관으로, 아베 전 총리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 전 외무장관과 절친한 사이였다.
더욱이 산업유산국민회의는 일본 정부의 위탁을 받아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운영하는 우익단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한국의 반발에 “강제 노역 피해자들을 기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국제사회에 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5년 만에 공개된 전시관은 섬 주민 증언을 토대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이 가혹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는 내용들만 전시해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외교부는 전시물의 수정을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일부 우익들이 영상을 문제 삼는 이유는 한국 언론들에서도 한반도 출신 징용 노동자들이 전시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증거로 해당 영상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국립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도 전시돼 있다. 일본이 전쟁 시 자행한 어두운 역사를 반성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불리한 역사에 대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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