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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글에 격분해 욕설 댓글... 대법 “모욕죄 성립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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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글에 격분해 욕설 댓글... 대법 “모욕죄 성립 안 돼”

입력
2020.12.28 10:22
수정
2020.12.28 11:15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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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나게 된 맥락 고려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을 ‘악플러’로 몰아가며 비방한 사람에게 욕설 댓글을 남긴 사건에서 대법원이 “사건 맥락으로 판단해야지, 일방적으로 모욕죄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지인인 B씨의 페이스북에 “고소해 싸가지 없는 XX야. 불만이면 또 고소해라. 남자XX가. 배은망덕한 XX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게”라는 댓글을 달아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지역 출신인 A씨와 B씨는 실제로 만난 적은 없고 페이스북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였다.

A씨가 이런 댓글을 단 것은 사연이 있었다. 2018년 11월 B씨 페이스북에 B씨를 비방하는 익명 댓글이 달렸다. B씨는 A씨를 익명 댓글 작성자로 의심했고, 이후 둘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B씨는 A씨를 비방하며 그의 실명을 공개하고, 전화번호 일부가 포함된 고소장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B씨는 A씨를 겨냥해 “쥐새끼 같은 비열함으로 분탕질하는 XX”라는 글을 올렸다. B씨가 올린 글을 본 사람들이 A씨를 비난하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은 악플을 달지 않았다며 B씨에게 여러 차례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B씨는 “호호호 웃기셔”라는 등 A씨를 조롱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의 2019년 신년다짐글에 ‘배은망덕한 XX’ 등의 댓글을 올렸다가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A씨 댓글이 B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만한 경멸적 표현’이라고 보고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 맥락에 주목해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댓글은 진위 파악 없이 자신을 비방 댓글 작성자로 몰아간 B씨의 태도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며 “무례하고 저속하지만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만한 표현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를 악플러로 몰아세웠던 B씨가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도 A씨에게 유리한 정황으로 참작됐다. B씨는 A씨가 비방 댓글을 단 것으로 의심하고 그를 모욕 혐의로 고소했지만, A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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