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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까지 잇단 감염... 지원도 대책도 없어요" 요양병원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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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까지 잇단 감염... 지원도 대책도 없어요" 요양병원의 절규

입력
2020.12.27 1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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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 부천시의 효플러스요양병원을 시민들이 올려다 보고 있다. 뉴스1

23일 경기 부천시의 효플러스요양병원을 시민들이 올려다 보고 있다. 뉴스1

"간호사 몇 사람이 투약과 처치부터 환자 대소변 처리까지 모든 걸 다 떠맡고 있어요. 저도 몸에 열이 올라, 코로나 검사 받고 결과 기다리는 중입니다. 제발 저희 좀 도와주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가 이뤄진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 여기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다 쉰 목소리로 "저도 언제 감염이 될 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가 전하는 병원 내부 상황은 아비규환에 가까웠다. 이 병원에는 확진 환자 수십명, 음성 판정을 받은 입소자, 의료진 등 100여명이 한 데 섞여 며칠째 격리된 상태다. 의료진과 음성 판정 입소자를 확진 환자로부터 분리할 장소조차 마땅치 않아 의료진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A씨는 "아무런 지원도, 대책도 없는 상태"라며 막막함을 호소했다.

확진·비확진자 섞인 요양병원은 아비규환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요양병원은 이 곳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전국 요양병원을 강타하면서, 상당수 병원들이 걷잡을 수 없는 업무 과중과 인력난에 신음하고 있다. 27일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는 이날까지 사망자만 32명이 나왔고, 전체 확진자는 153명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전북 순창군 순창요양병원, 김제시 가나안요양병원,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등에서 각각 100명 안팎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통상 요양병원은 노인 환자를 위한 간단한 처치만 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병원에 비해 의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코호트 격리를 해야 하는 요양병원들은 극소수 인원이 열악한 장비를 동원해 수십명의 코로나19 환자와 나머지 입소자들을 함께 돌봐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예컨대 누적 확진자가 43명인 부산의 한 요양병원은 간호사 한 명이 당 40명 안팎의 입소자(음성 포함)를 맡고 있다. 주치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확진자에게 적절한 처방을 내릴 여력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인력 지원 요청했지만 응답 없어

요양병원들은 보건당국에 긴급 인력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실제 만족할 만한 지원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얼마 전 보건당국에 의료진 파견을 신청했는데 지원 인력이 오지 않았다"며 "인력이 수도권으로 파견 되느라 지방까지 오기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효플러스요양병원 관계자도 "최근 소수 인력이 투입되긴 했으나, 인력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의료진까지 환자를 돌보는 일에 동원되고 있다. 간호사 A씨는 38도를 오르내리는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에 남아있는 환자들을 돌보는 중이다. 그는 "간호사 중에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있어, 병원과 시설로 옮겨진 상태"라며 "남은 의료진도 언제 감염이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요양병원들도 언제 비슷한 상황에 처할 지 몰라 불안하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정부 지침대로 면회도 전면 금지하고 의료진과 간병인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지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요양병원 특성상 침상이 서로 바짝 붙어있고 환자들도 기저질환이 심해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집단발병은 한 순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요양병원 관계자도 "요양병원에 의료장비라고는 산소 주입 기계, 흡입기(석션), 엑스레이 정도밖에 없어 확진 후 증상이 악화돼도 손 쓸 방법이 없다"고 걱정했다.

윤한슬 기자
박지영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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