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검역 이어 도쿄도서 코로나 변이 감염 확인
의료체제 붕괴·뒷북 대응 비판 의식해 신속 결정
韓·中 등 11개국과 '비즈니스 왕래' 허용은 유지
일본 정부가 28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전세계를 대상으로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일시 중단한다. 영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공항 검역만이 아니라 도쿄도에서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감염 확산에 따른 의료체제 붕괴 우려는 물론 3차 유행 이후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26일 코로나19 변이가 유행하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조치를 2021년 1월 말까지 전세계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출입국관리청은 "복수의 국가에서 코로나19 변이가 발견된 데 따른 예방 조치"라고 밝혔다. 일본인과 중장기 재류자격을 갖고 있는 외국인의 귀국이나 재입국은 가능하다. 다만 지난달부터 면제해 주던 귀국 후 2주간 격리는 28일부터 다시 적용되면서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
코로나19 변이 발생이 확인된 국가에서 입국하는 경우에는 오는 30일부터 출국 72시간 전 검사에서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고 입국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한다.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엔 방역 당국이 지정한 숙박 시설에서 2주간 대기해야 한다.
이번 조치에도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 대만 등 11개국과 협의를 통해 '비즈니스 왕래'를 허용한 조치는 유지된다. 이들 국가에서 비즈니스 목적으로 일본에 단기간 입국하는 경우 2주간 격리를 면제해 주는 조치는 계속된다.
일본 정부가 신속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자국에서도 코로나19 변이 감염 사례가 잇달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밤에는 영국에서 입국한 5명에 이어 26일엔 영국을 다녀온 30대 남성, 그와 가족인 20대 여성 등 2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25일 확인된 5명은 입국 과정에서 각각 도쿄 하네다공항과 오사카 간사이공항의 검역을 거쳤다. 그러나 26일 확인된 2명은 공항 검역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역체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기 기장인 남성은 공항 검역의 면제 대상으로 지난 16일 영국에서 귀국해 곧바로 귀가했다. 그러나 21일 두통과 기침 증상이 나타나 도쿄도내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고 감염이 확인됐다. 여성은 영국 체류 경력이 없지만 감염이 확인됐다. 일본 국내에서 코로나19 변이의 가족 내 감염은 처음이다. 이들은 24일부터 도쿄도내 의료기관에서 입원 중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변이 대책과 관련해 "각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속하게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총리관저 측에 따르면 영국에서 변이가 확인된 후 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가 이뤄져 왔다. 일본 내 코로나19 변이 감염의 첫 사례인 5명의 검사 결과 발표도 당초 26일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앞당겼다. 정부의 발빠른 대응은 스가 총리의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여행 장려정책)' 전국 일시 중단에 대해 "결단이 너무 느리다"는 비판이 쏟아진 사정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에 대한 우려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26일 전국 신규 확진자가 3,881명으로 나흘 연속 하루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도쿄도에서도 26일 949명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중증 환자는 654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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