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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조상들 장 담글 땐 좋은 날 택일해서 사흘 전부터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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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조상들 장 담글 땐 좋은 날 택일해서 사흘 전부터 출입금지

입력
2020.12.28 17:5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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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용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염물질과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집안이 망하려면 장맛부터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메주와 장을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과 정성을 쏟아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반찬에 간장ㆍ된장ㆍ고추장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된장은 단백질ㆍ지방산ㆍ폴리페놀 등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지만 건강한 음식으로 인식돼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직접 담가서 먹고 있다.

된장은 곰팡이를 이용해 맛과 영양을 높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발효 식품이다. 가정에서 된장을 담글 때 온도 및 습도 조절과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하면 발효에 꼭 필요한 곰팡이 외에도 유해한 곰팡이가 자라 ‘아플라톡신’이라는 독소가 생길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아플라톡신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높은 온도로 가열하거나 끓여도 쉽게 없어지지 않으므로 메주를 담그는 시작 단계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메주 원료가 되는 콩에 곰팡이가 피었으면 버려야 한다. 콩 표면에 상처가 있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 깨끗하고 오래되지 않은 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메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구 등이 오염되지 않도록 깨끗이 세척해 사용해야 한다.

아플라톡신을 만드는 곰팡이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온도 12~48도, 습도 60%)을 좋아하기 때문에 메주를 만들 때 온도 및 습도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메주의 겉 부분에 핀 곰팡이는 털어내고 깨끗이 씻어서 숯을 함께 넣고 된장을 담그는 것이 좋다.

된장은 오래 숙성할수록 아플라톡신이 줄어들기에 충분히 숙성하는 것이 좋다. 만약 된장을 숙성할 때 곰팡이가 피었다면 곰팡이가 핀 부분을 걷어낸 후 먹어야 한다. 그리고 남은 된장은 평평하게 펴면서 눌러 소금을 뿌려 보관하거나 밀봉해 냉장 보관하면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장을 담글 때는 사흘 전부터 외출을 삼가며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택일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 같은 과학적인 근거는 몰랐겠지만, 다른 환경에서 묻어 올 수 있는 잡균의 오염을 막아 곰팡이 독소로부터 안전한 장을 담그는 방법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구용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염물질과장

구용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염물질과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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