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박수받은 대통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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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 박수받은 대통령은 없다

입력
2020.12.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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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잘못하면 국민이 고통받아
윤석열 총장 복귀는 레임덕 신호탄?
권력은 붙잡으려 하면 점점 멀어져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행정법원의 검찰총장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따라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을 시끄럽고 불안하게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도 조만간 끝이 난다. 너무나 일방적이고 독선적이던 그에 대해 지구촌 사람들의 피로도가 심했던 것은 틀림없다. 우리의 대통령 단임제가 다행스럽다. 아무리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도 예외없이 임기의 절반을 넘어가면 인기는 식고 국민 밉상으로 변했던 것이 대통령 역사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대통령이나 정권의 행태에 빨리 질려버리는 것 같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너무 발달해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4년이나 우리나라의 5년이라는 대통령 임기도 사실 짧지만은 않다. 하지만 요즘처럼 국민이 싫증을 빨리 내서는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 취임하더라도 초기 지지율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다.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의 행태에서 익히 봤듯이 SNS도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SNS에 하고 싶은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쉼 없이 내뱉어 놓는 것이 국민을 피로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 지지율을 까먹는다.

이 모두가 곧바로 미디어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재생산 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정치인들의 소모적인 논쟁을 허구한 날 국민이 보고 들어야 하는 것도 고통이다. 과잉정보 탓만은 아니겠지만 정권의 무능한 행태에 국민이 쉽게 지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다. 부족국가 시절에는 홍수나 가뭄이 들어도 왕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가끔은 대통령제보다 내각제가 좋아 보일 때가 있다. 일본처럼 총리가 취임한 지 불과 3개월여가 지났는데도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벌써 조기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총리도 꼴 보기 싫으면 바꿀 수가 있다는 얘기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면 총리가 사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5년씩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내각제로의 전환은 헌법 개정 사항이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남북한과 강대국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내각제의 모순이 더욱 도드라질 우려도 있기는 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대통령 리스크가 큰 나라가 됐다. 때로는 대통령이 법을 무시해서, 때로는 무지해서, 때로는 현실과 꿈을 혼동해서 그런 것 같다. 그 결말은 직전 3명의 대통령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그 와중에 고통받는 것은 국민이다. 국론은 분열하고 국민은 갈등하고 경제는 뒷걸음질 쳤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 보니 이 정권에 선의도 없었고 정의도 없다. 이제는 코로나19 백신도 때맞춰 확보하지 못해 국민을 공포로 몰고 있다.

대통령은 당선되고 몇 개월만 봄날일 뿐, 그 이후에는 각종 정치적 공격에 시달린다. 그래서 재임 시에는 존경은커녕 욕은 욕대로 먹고, 퇴임 후에도 치적은커녕 발 뻗고 자기만해도 다행이다.

특히 정권 말기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정권 출범 당시 퍼랬던 서슬이 후반으로 갈수록 무뎌지면서 각종 권력형 비리와 문제점이 드러난다. 야권의 공격은 점차 강화하고 정권 내부에서도 교란이 일어난다. 외부로 칼을 겨누던 권력기관도 점차 칼을 내부로 들이댄다. 그래서 권불오년(權不五年)이다.

하지만 권력을 붙잡으려 하면 점점 더 멀어지는 법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복귀는 레임덕의 신호탄일 수 있다. 공적 조직들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거부한다. 공수처를 출범시켜도 진실을 은폐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로 나라가 난리인데 대통령은 탄소제로나 외치고 다닌다. 청와대가 달나라인가. 떠날 때 박수받는 대통령이 없는 나라는 불행하다.

조재우 에디터 겸 논설위원


조재우 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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