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 소장이 백신을 통해 코로나19의 집단면역을 확보하려면 90%가 접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존 전문가 예상치인 60~7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는 집에서 ‘조용한 팔순 생일’을 보내며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2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우리는 (집단면역을 위한) 접종률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면서도 “아마 70∼90% 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이 제시했던 접종률(60~70%)을 훨씬 상회한다.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이 강한 홍역의 집단면역에 필요한 백신 접종률(90%)과 유사하다는 보는 것이다.
NYT는 파우치 소장 역시 팬데믹 초기에는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전체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가져야 한다고 했지만, 한달 전 70~75%로 올렸다고 언급했다. 실제 그는 이달 초 폭스뉴스에 출연, “인구의 70% 또는 75%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의 혜택을 받아 일상으로 돌아갈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가 16일 CNBC방송 인터뷰에서는 “75∼85%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이 이뤄질 것”이라고 수치를 상향 조정했다.
파우치 소장은 “서서히 그러나 신중히 ‘골대’를 옮겼다”며 집단면역 달성 접종률 기준을 높인 점을 인정했다. 그는 “미국인의 절반 정도만 백신을 맞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나는) 70∼75%가 맞아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말했고, 접종 희망자 비율이 60%로 높아졌을 때는 접종율을 80∼85%로 살짝 높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로운 과학도 그 이유고 ‘내가 진정 생각한 것을 미국이 비로소 들을 준비가 됐다’고 개인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80세 생일을 맞은 파우치 소장이 워싱턴 자택에서 아내와 함께 조용한 온라인 축하 행사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전까지는 버지니아주(州) 여동생 집에 가족들과 모여 성탄 전야 행사를 겸한 생일 파티를 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조용하게 '팔순 잔치'를 보낸 것이다.
그는 세 딸 및 친구들과도 화상전화 프로그램 ‘줌’으로 인사를 나눴다. 파우치 소장은 “나는 사람들에게 명절 여행을 제한하라고 얘기해왔다”며 “세상을 향해 뭔가 하라고 얘기해놓고선 정작 자신은 밖으로 나가 파티를 여는 공무원 중 한 명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상에서는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쇄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생일 축하 노래를 직접 불러 트위터에 올렸고,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헌신했다”며 24일을 ‘닥터 앤서니 파우치의 날’로 선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해피 버스데이 파우치’라는 해시태크(#)가 달린 글이 이어졌다. 앞서 미 시사주간 타임은 파우치 소장과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는 전 세계 의료진을 ‘올해의 수호자(Guardians of the year)’로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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