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의 앞날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법정관리와 함께 신청한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을 법원이 수용하면서 3개월의 시간을 확보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관건은 결국 신규 자금 확보인데, 현재 쌍용차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25일 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21일 법원에서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 지원을 받아들인 이후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 로스차일드 등과 함께 본격적인 신규 투자 유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과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 기업들은 쌍용차 투자엔 무관심에 가깝다. 우선 쌍용차에선 '미래 기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C.A.S.E(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전동화)' 중심으로 바뀌고 있지만, 쌍용차 기술력은 경쟁 업체 대비 3~5년 가량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판매 모델 중 친환경차가 없다.
인도 정부의 법적 규제도 쌍용차 신규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다. 인도 자국 기업은 해외 보유 지분 중 25% 이상 감자가 금지돼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74.65%)를 감자한 뒤, HAAH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인도 중앙은행의 반대로 무산됐다. 만약 이번 3개월 안에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마힌드라는 2011년부터 쌍용차에 투자한 1조원 이상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법정관리와 ARS 동시 신청 자체가 인도정부 압박을 위한 수단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누적된 적자 또한 불안요소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왔다. 누적적자 규모만 7,202억원이다. 게다가 올해 3분기 연속 회계감사 거부 의견을 받았고, 자본잠식률도 86.9%에 달한다. 주력 시장인 내수에서도 2018년 10만9,140대 판매를 정점으로 매년 감소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쌍용차의 회생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시각까지 내놓고 있는 배경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는 더 이상 고정비를 줄 일 수도 없고, 혁신 기반이 약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결국 경영상황이 악화됐다"며 "신규 투자에 성공하더라도 구조조정 없이 경쟁력을 갖출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기술력에 대해선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트랜드(흐름)가 세단에서 SUV로 바뀌면서 일부에선 쌍용차를 영국 SUV 전문 브랜드 '랜드로버'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는 내년 1회 충전 400㎞ 주행 가능한 첫 번째 SUV 전기차 'E100', 차세대 대표 모델 'J100' 등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7종의 차세대 모델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이 가능하단 부분도 긍정적이다. 주로 중국 업체들이 쌍용차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실제 지리자동차,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쌍용차를 한국과 미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무역갈등'으로 미국 시장 진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없는 살림에도 신차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신규 투자로 생산까지 가능해진다면 경영 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과거 '상하이차'때처럼 쌍용차가 이용만 당하지 않도록 정부의 감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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