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니 간병인들도 출근을 안 하려 하고 심지어 가족들도 돌봄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나 요양보호사가 환자들을 돌보는 경우도 있어요."
24일 경기도에 있는 한 요양병원 관계자가 전한 요양병원의 현재 상황이다. 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달 초. 곧바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가 이뤄졌는데 누구도 들어오려 하지 않아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지금 있는 사람도 그만두겠다는데 누구더러 함께 일하자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나들면서, 정부는 뒤늦게 중환자병상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덕에 이번주 들어 중환자 병상 부족현상은 다소 해소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유독 요양시설 확진자들이 병상을 얻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는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많다는 특수성도 있지만, 요양시설 확진자들은 치료에다 돌봄까지 감안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간과됐다는 지적이다.
한발 늦은 전담병상 확보.... 의료계 "예고된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2일 기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관련 확진자는 2,829명이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부터 전날 사이 요양시설에서 사망한 코로나 확진자는 29명이다. 같은 기간 요양시설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까지 합하면 사망자는 68명으로 늘어난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이다. 이 병원은 전날 밤 10시 기준 격리자는 150명, 확진자는 133명, 사망자는 21명에 이른다. 더 심각한 건 아직도 병상이 없어 대기중인 인원이 63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전국 요양시설에서는 확진자, 사망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의료계는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이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장기간 투병 중인 환자들이라 보호자나 간병인들이 사실상 가족처럼 병원에서 함께 생활한다"며 "1~2차 유행 때도 그 때문에 감염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3차 대유행에서 또 그러는 건, 결국 정부의 대비가 없었기 때문이란 얘기다.
돌봄인력 부족도 문제... 정부 "전담요양병원 3개 만든다"
이는 정부가 그간 요양시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 생긴 일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수도권에서 이용가능한 중환자 병상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던 수도권의 중증환자전담 치료병상 여유분은 22일 11개, 23일 23개 등으로 늘었다. 추가 확보 작업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천효플러스요양병원만 해도 23일 숨진 4명은 병상을 일주일 이상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도 한 의료원 관계자는 "경증 환자만 보던 곳인데 이달 초부터 갑자기 중증 환자들이 쏟아지니 병원 자체가 패닉에 빠진 것"이라 말했다. 지난 10월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던 경기 광주시 SRC요양병원의 한 간호사도 "갑작스런 코호트 격리에 간병인들까지 확진되면서 집단 감염세가 악화됐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라는 이유로 소수의 간호사들에게 치료에다 돌봄에 이르기까지 과중한 업무가 집중되고 있다"며 "새 인력을 투입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서울과 경기, 인천에 한 개씩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을 만들고, 요양보호사를 긴급 모집해 돌봄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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