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英정부, 24일 오전 기자회견"
?AFP "영국이 어업 협정서 큰 양보"
2016년 6월 영국의 국민투표 뒤 4년 반을 끌어 온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이혼 조정’ 절차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1년간 이어진 양측의 ‘포스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양측의 미래관계 협정 관련 성명이 이튿날 오전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EU 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현재 양측이 최종 합의를 위한 세부 내용 정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영국 BBC방송도 영국 정부가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 쟁점은 어업권이었다. 영국은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뒤 지금껏 공동어업 정책에 따라 EU로부터 어획량 쿼터를 배분 받아 왔다. 프랑스, 벨기에 등 EU 회원국 어선들은 영국 해역에서 상당 기간 조업이 가능했다. 그러나 올 초 브렉시트 합의 이후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영국은 자국의 어획 쿼터를 대폭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EU는 10년간 유예 기간을 두고 현 상황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었다. 애초 간극이 워낙 컸다.
하지만 결렬은 양측에 모두 불리했다. 합의에 실패하면 일단 EU 어선들은 영국 해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EU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영국이 해역을 닫을 경우 EU 시장에 수출되는 영국산 수산물에 고율의 관세를 매겨 버리겠다는 게 EU의 경고였다. 유럽 언론들은 “영국ㆍEU의 어업 종사자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고 걱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타협안을 내놓은 쪽은 EU였다. EU 어선들이 영국 해역에서 가져가는 어획량 쿼터를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25% 정도 삭감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영국도 유연하게 반응했다. 자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3년간 60% 감축하자는 역제안을 내놓으면서다.
입장 차는 영국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며 좁혀졌다. 5년 반 전환 기간 동안 EU 어획량을 25%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프랑스 정부 소식통은 AFP통신에 영국 측이 어업 분야에서 “큰 양보를 했다”고 인정했다. 대신 영국은 걱정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래 쿼터 변경을 영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에 연동시키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려는 EU의 시도를 막은 게 반대급부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어업이 갈등의 중심이 된 건 실익보다 자존심 때문이었다. 영국이든 EU든 국내총생산(GDP)에서 어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 문제는 정치적 상징성이다. 자국 해역의 통제권을 되찾는다는 게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 정부의 핵심 명분이었다.
서로 주권을 존중한다는 건 영국이 설정한 거래의 대원칙이었다. 어업과 함께 막판 조율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진 ‘공정경쟁 환경’ 역시 비슷한 식으로 입장이 대립했다. EU 시장에서는 영국 기업도 EU이 노동이나 환경, 국가 보조금 규제를 따라야 공정 경쟁이 가능하다는 EU의 주장에 그건 브렉시트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영국이 반박했다고 한다.
예상대로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영국이 올 1월 31일 EU를 탈퇴함에 따라 양측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연말까지로 설정된 전환 기간 안에 협정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당초 합의했었다. 그러나 기어코 11개월을 끌었다. 몇 번 연장한 끝에 이달 13일을 최종 기한으로 정했지만 합의에 또 실패했고 당일 극적으로 협상 시한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합의가 늦은 만큼 남은 일정은 빠듯하다. EU 의회가 해당 협정 동의 투표를 하기는 어려워진 상태다. 그렇다고 내년 초 협정 공백기에 관세 등 무역 장벽이 부활하는 등 혼란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회원국들이 연초부터 협정을 ‘잠정 적용’하는 데 연말까지 동의만 하면 된다.
협상 결렬에 따른 ‘노딜’ 브렉시트를 극적으로 피할 공산이 커지면서 양측 정상의 성명이 발표되기 전부터 시장이 움직였다.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35달러까지 상승했고, 일본 중시도 상승 마감했다. 닛케이225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43.56포인트(0.54%) 오른 2만6668.35에 장을 마감했다.
EU 관세동맹과 단일 시장에서 영국이 정말 이탈하는 건 2016년 6월 24일 영국에서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치러진 지 4년 반 만이다. 올해까지는 무역, 이동, 시장을 둘러싼 조건이 브렉시트 전 기존 관계처럼 유지되는 전환 기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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