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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맞은 도자기 명장 김정옥...가문의 비법 국민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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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맞은 도자기 명장 김정옥...가문의 비법 국민과 나눈다

입력
2020.12.24 15: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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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에서 300년 가까이 조선 도공의 맥을 잇고 있는 김정옥 사기장이 전통 방식의 발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고 있다. 영남요 제공

경북 문경에서 300년 가까이 조선 도공의 맥을 잇고 있는 김정옥 사기장이 전통 방식의 발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고 있다. 영남요 제공

“대한민국 도자기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경북 문경 영남요에서 반 세기 넘는 세월을 도자기 하나로 살아온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 백산(白山) 김정옥 명장이 가문 비법 알기기에 나선다. 30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제조비법을 일반인들을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백산은 24일 "내년이면 아흔을 바라본다는 망구(望九·81세)에 들지만, 각지의 청년들과 도자기를 빚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뛴다"며 "차근차근 준비해서 문경에서 300년 가까이 이어온 가문의 전통을 국민들과 함께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추진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문경새재에서 사기장의 길을 걷다'는 이름의 '생생문화재 사업'이다. 문경의 흙과 나무와 물이 명품 도자기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후손들이 귀중한 무형의 자산을 생활 속에서 전파하는 ‘문경새재 사기장 힐링 문화캠프’다.

이를 위해 그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전국 각지에서 온 참가자와 함께 물레를 돌리고 전통 망댕이가마에서 도자기를 굽으며 영남요의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 캠프에서 아들인 김경식씨와 손자 김지훈씨와 함께 3대가 달항아리 제작을 시연했다. 이 캠프는 지난 10일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부문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문화재청 전수교육관 활성화 사업을 통해 전통도예 문화교실과 인근 문경새재를 활용한 인문학아카데미, 문경도자기 생태환경 탐구, 달항아리 음악회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이 움츠러 들었지만 내년에는 제자 양성의 숨통이 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산은 “우리 국민들이 체험을 통해 우리 도자기의 멋을 아는 것에서부터 한국 도자기 세계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정옥 사기장이 경북 문경 영남요 전수관에 있는 발물레 앞에서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가문의 물레가 후대까지 멈추지 않고 영원히 돌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영남요 제공

김정옥 사기장이 경북 문경 영남요 전수관에 있는 발물레 앞에서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가문의 물레가 후대까지 멈추지 않고 영원히 돌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영남요 제공


백산의 도자기 인생은 10대 중반에 시작됐다. 16세때 도자기를 접한 부친의 혹독한 도예수업과 각고의 노력 끝에 1991년 ‘정호다완’을 재현해 도예부문 초대 명장이 됐다. 일본에서 '이도다완'으로 불리는 정호다완은 14~16세기 조선에서 만들어진 찻사발이지만 국내에는 남아있지 않아 의미가 더했다.

1996년엔 국내 처음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05호 사기장으로 지정됐다. 지금도 국내에는 도자기 부문 국가무형문화재는 백산 뿐이다.

영남요는 조선 중기 1대 김취정(1730~?) 선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경과 상주, 충북 단양 등에서 도자기를 빚다 경기 광주관요에 차출돼 왕의 수라에 들어가는 그릇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8대인 아들, 9대인 손자와 함께 영남요의 명맥을 잇고 있다.

영남요에는 가문에서 250여 년을 이어온 발물레가 그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수 년전까지만 해도 백산이 직접 사용하던 발물레다. 그는 “발물레는 우리 집안에서 도자기의 명맥을 잇는 사람에게 전해주던 상징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백산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흙을 빚으며 기나긴 도예 수련의 숙명을 받들고 살았다"며 "가문의 물레가 후대까지 멈추지 않고 영원히 돌면서 우리 도예문화가 찬란하게 꽃피우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문경= 추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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