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찍어낸 마스크 65억장... '귀한 몸'에서 '재고' 신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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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찍어낸 마스크 65억장... '귀한 몸'에서 '재고' 신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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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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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약 8개월간 다양한 장소에 버려진 마스크를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2월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난 3월 9일 서울시내 한 약국에 '마스크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2020년은 그야말로 '마스크의 해'였다. 지난 2월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유일한 백신'이나 다름없었던 마스크의 수요는 폭증했다. 약국과 대형마트마다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이들의 행렬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20년의 끝을 바라보는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거리마다 마스크가 흔하다. 공급 부족으로 한때 장당 4,500원 넘게 치솟았던 마스크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720원까지 떨어졌고, 장당 500원씩 헐값으로 처분한다는 광고판도 지하철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태부족이던 마스크 공급량이 이제 수요를 아득히 추월한 탓이다.

백신이 개발되고 일부 국가에서 접종이 시작된 상황에서도 마스크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방역 수단이지만 그 값어치는 현저히 떨어진 듯하다. 길바닥이나 공원을 비롯해 아파트 화단, 화장실 등 곳곳에 함부로 버려진 마스크가 넘쳐난다. 한국일보 멀티미디어부 기자들이 지난 4월 이후 약 8개월간 다양한 장소에 버려진 마스크를 사진으로 담아 온 것만 200여장이 넘는다. 올 한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마스크를 만들고, 쓰고, 버렸을까.

지난 4월부터 약 8개월간 다양한 장소에 버려진 마스크를 카메라에 담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가 시행된 지난 2월부터 12월 20일까지 약 10개월간 국내에서 생산된 마스크는 총 64억2,648만장에 달한다. 그 기간 코로나19의 유행 상황에 따라 생산량에도 변화가 있었다. 유행 초기이던 2월까지만 해도 1억8,893만장 수준이던 월 생산량은 2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은 9월에만 무려 11억1,144만장까지 치솟았다. 이후 10월 7억6,500만장, 11월은 6억6,325만장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나 연초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그 사이 마스크 생산 업체 수도 크게 늘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보건용·수술용·비말차단용 마스크 생산을 허가받은 업체는 12월 셋째 주 기준 총 1,056곳으로, 137곳에 불과하던 2월에 비해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생산 업체의 숫자뿐 아니라 생산 설비 또한 크게 확충됐다. 박종한 웰킵스 대표는 “연초 국내에 들어와 있는 마스크 생산 설비가 200대 정도였던 게 지금은 1만5,000대로 늘었다”면서 “이를 최대한으로 가동하면 2019년 한해 판매분과 맞먹는 수량을 단 하루 만에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6일 경기 평택시 한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이 업체는 인력 증원 및 특별근로를 통해 생산 규모를 2배 이상 늘려 생산중이다. 평택=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3월 경북 구미의 마스크 원자재 생산업체를 방문해 생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구미=연합뉴스


많이 만들어낼수록 재고도 쌓이고 있다. 국내 마스크 수급의 급한 불이 꺼지고 해외 수출 규제가 전면 폐지된 10월 23일경 식약처가 발표한 국내 마스크 생산 업체의 보유 재고량은 7억6,636만장이었다. 이후 2개월간 생산량과 월평균 국내 판매량을 고려하면 현재 10억장 이상의 마스크가 업체 창고에 쌓여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유통 업체의 보유량은 적용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못 구해 애를 태우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마스크가 집집마다 남아돌고, 여기저기 버려지는 상황이 업계 입장에선 썩 반갑지가 않다. 공적 마스크를 도입할 당시 다소 높게 책정된 가격이 지금의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업계에선 나온다.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던 유행 초기 공적 마스크 가격이 상한선 역할을 하며 시장가를 안정시켰으나, 수급이 안정화한 이후에는 도리어 공급이 아무리 많아도 시장가 하락을 막는 하한선 역할을 한 탓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제조 업체의 마진(이익)을 과도하게 보장해 주는 바람에 너도 나도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하며 “(공적 마스크 종료 시점인) 7~8월 이후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은 재정적으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제 마스크 시장을 중국산 저가 제품이 점령하고, 주요 국가들의 경우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체 생산 설비를 충분히 확보한 탓에 수출을 통해 해답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머지않아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마스크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은 뻔하다.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한 마스크 수급 조절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서재훈 기자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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