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대규모 정치행사를 예고한 북한이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경제난 속 유일한 성과로 꼽히는 ‘코로나 청정국’ 지위만큼은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각오다. 우리의 코로나19 상황도 주시하면서 선전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방역 총력전에 나선 모습을 소개했다. 통신은 “국경 교두(다리 근처)와 철도역, 무역항의 방역 및 경비 실태를 재점검하고 보다 효과적인 소독 체계를 갖추기 위한 사업을 완강하게 밀고 나가고 있다”며 국경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보건기관들이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있고, 방역기관은 겨울철 철새와 서식지에 대한 감시와 검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제8차 노동당 대회 개최를 목전에 둔 북한은 코로나19로부터 '당 대회를 결사보위하자'고 연일 선동하고 있다. 지난 10월 일종의 허리띠 졸라매기인 ‘80일 전투’를 선포할 때도, 코로나19 방역 전선 사수를 최우선 투쟁목표로 내걸었다. 올해 코로나19와 경제제재에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삼중고로 주민들에게 내세울 성과가 요원해진 북한은 빈 손으로 당대회를 열지 않기 위해 방역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외화벌이 창구인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탄탄한 방역은 필수적이다.
북한은 현재까지 국내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이달 10일까지 1만96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확진 사례는 없다고 보고했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 입장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다만 주민 통제가 수월한 사회 특성상 방역 노력이 성과를 내는 건 어느정도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중 국경 봉쇄 전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현 시점에서 대규모 감염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북한 선전매체는 자국과 대비되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도 비중 있게 전하고 있다. 이날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전 지역에서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의 3차 대유행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불안과 우려,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당국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 방역 대책이 경제활성화라는 구호에 밀려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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