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빈출'을 넘어 '필출'이 된 문제가 있다.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다.
야당은 22일부터 사흘간 진행중인 4개 부처(국토·행안·여가·복지)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뺀 3명의 후보자에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질문을 던졌다. '오거돈·박원순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내년 4월 실시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권력형 성범죄 사건 때문인지', '권력형 성범죄 엄벌에 관한 생각은 어떤지' 등으로 내용은 다소 달랐으나 핵심은 똑같았다. 두 사건을 모두 '권력형 성폭력으로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장관 후보자들 답변은 엇갈렸다. 24일 청문회가 예정된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서면 답변을 통해 "조직내 상하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권력형 성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2일 인사청문회를 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권력형이 가미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력형 성폭력이었다'는 소신을 밝힌 이들은 임명도 전에 여권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두 후보자를 향해 "박 전 시장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이라는 등 격한 비난 반응이 쏟아졌다.
애매한 답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후보자도 있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범죄 의혹으로 국민이 분노한다. 권력형 성범죄는 엄벌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국가의 제도는 시대적 상황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서면으로 답했다.
야당은 두 사건에 대한 후보자의 답변이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대한 척도가 될뿐 아니라, 국무위원으로서의 '소신'을 따지는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간 여권에서 두 사건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려왔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7월 박 전 시장 빈소를 찾아 '성폭력 의혹'에 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욕설을 해서 논란이 됐고, 이후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러 "사건을 축소 해석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성폭력에 대한 판단 기준은 대상에 따라 달라지면 안된다"며 "그런 소신도 없다면 어떻게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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