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경제관료로서 자질 부족을 의심"
재난기본소득 지급부터 신경전 계속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비판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 활용 및 경제정책을 두고 이 지사와 이미 수 차례 신경전을 벌여온 상황에,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장수 부총리'로서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이재명 비판에 "진중한 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홍 부총리는 23일 페이스북에서 "어제 오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문득 다음 법구경 문구가 떠올랐다"면서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의 법구경을 인용했다. 그는 "지금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면서 "위 관련,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가 반발한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은 이 지사로부터 나왔다. 이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가 42개 주요국 가운데 4번째로 작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를 두고 홍 부총리에게 "뿌듯하시냐"고 따져 물었다. 이 지사는 "그렇다면 경제 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보셔야 한다"면서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홍 부총리 반박 글이 올라온 뒤에도 이 지시는 다시 한번 페이스북에 경기 광역버스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는 것은 기재부가 ‘곳간지기’를 넘어 ‘경제정책의 설계자’가 되라는 의미"라고 했다.
기본소득, 재정 활용 두고 수 차례 충돌... 강한 반발은 이례적
홍 부총리와 이 지사 간 설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이 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자 홍 부총리는 "여러 장점도 있지만 여러 문제도 있어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8월에는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비율보다 낮다"고 하자 홍 부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탁상공론 정책만 고수한다"는 등 홍 부총리를 직접적으로 비판해왔던 이 지사와 달리 홍 부총리는 늘 '수위 조절'에 신경을 써 왔다. 이 지사가 홍 부총리에게 "철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맞받자 "제가 어떻게 도지사에 대해 '철이 있다, 없다'고 하겠느냐"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 지사 외에도 홍 부총리가 정치권 인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 3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홍 부총리에 대해 "물러나라고 할 수도 있다"고 했을 때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수준으로 맞받는 데 그쳤다.
홍 부총리의 이례적인 반발에는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역대 두 번째 장수 부총리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문 대통령으로부터 최근에도 "내년에도 잘해주기 바란다"는 신임 의사를 전달받기도 했다. 여기에 이 지사가 기재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자 조직 내 사기 등을 고려해 강수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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