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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심사평]자신의 세계 구축한 뚜렷한 색깔의 번역

입력
2020.12.25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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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부문 수상작 ‘힘든 시대를 위한 경제학'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ㆍ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지음ㆍ김승진 옮김ㆍ생각의힘 발행ㆍ648쪽ㆍ2만7,000원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ㆍ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지음ㆍ김승진 옮김ㆍ생각의힘 발행ㆍ648쪽ㆍ2만7,000원

10권을 추리기도, 마지막 한 권을 고르기도 쉽지 않았다. 출판사나 번역자의 책 고르는 안목이나 번역의 질 모두 탁월한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코 자서전'과 '문체연습'은 의미 있는 책을 소개하겠다는 의지를 뿜어냈다. '제국의 브로커들'은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를 다룬 진지한 역사서를 번역한 우직함이 돋보였다. 번역자와 출판사의 진지함에 감사드린다.

최고 점수를 주기에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 책들도 있었다. '전쟁과 가족'은 한국전쟁 70주년이라는 시의성에도 불구하고, 내용이나 번역이 아쉬웠다. '2050 거주불능지구'는 환경위기를 지나치게 과장한 느낌이 들었다. '배움의 발견'은 너무 통상적인 자기계발서 같은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코스모스'와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는 코로나 사태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최종 한 권으로 꼽기에는 다소 매력이 떨어졌다.

결국 '향모를 땋으며'와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향모를 땋으며'는 내용과 번역 모두 아름답다. 인디언 문화가 미국인들에게 갖는 의미와는 다르게 우리 독자들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기보다는 장점으로 여겨졌다.

이런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뽑았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들은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되는 주요 문제들을 쉬운 언어로 심도있게 다루었다. 번역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듯한,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는 번역가의 이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의 업적만큼 앞으로의 성취에 기대가 크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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