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문 대통령 올해 백신 발언록 공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정부가 ‘자체 백신 개발’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은 나머지 ‘해외 백신 도입'이라는 '플랜B'를 보다 적극적으로 가동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 관련 올해 발언록에도 '백신을 끝까지 개발하겠다'는 희망 섞인 의지가 묻어난다.
文 "국내 자체 개발, 끝을 보라"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국산 백신 개발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4월 9일 경기 성남 한국파스퇴르 연구소를 방문해 ‘코로나 치료제ㆍ백신 개발 합동 회의’를 주재하면서 문 대통령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확실히 돕겠다. 개발한 치료제와 백신은 (코로나가 끝나도) 비축하겠다. 끝을 보라”고 했다.
청와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으로 국내 바이오ㆍ의료 산업 수준을 끌어 올리는 청사진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 바이오 의약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9월 8일 국무회의에서도 “국립감염병연구소의 백신개발을 지원해 감염병 대응 능력을 높여 달라”고 주문했다.
9월 이후에야 文 '백신 확보' 메시지 본격화
문 대통령의 ‘해외 백신 확보’ 메시지는 이미 주요국의 ‘백신 확보 전쟁’이 끝난 9월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왔다. “글로벌 제약사 등을 통해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해 두라”(9월 15일 청와대 참모 회의) “백신 안정성 문제 제기는 과학과 의학에 기반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확보하라”(11월 24일 참모 회의) "과다하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말라"(11월 30일 참모 회의) 등에서다. 이달 들어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은 이미 7, 8월에 백신 구매계약을 시작한 것과 대비된다.
문 대통령은 해외 백신 확보를 주문하면서도 “다른 나라가 먼저 개발해도, 코로나가 지나가도, 백신 주권을 위해 끝까지 개발하라. 반드시 끝을 보자”(10월 15일 성남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고 했다. 자체 백신 개발을 얼마나 바랐는지 알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국산 백신ㆍ치료제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외 백신 도입이 늦어진 이유라고 짚은 바 있다. 그는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우리 백신은 내년 연말쯤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그 때까지 필요한 양의 백신을 제때 구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백신의 개발 속도는 해외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느렸다는 게 제약업계의 지배적 평가다.
'백신 개발' '백신 도입'...일찍 병행했다면
정부가 ‘자체 백신 개발’에 힘을 기울인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백신을 먼저 개발한 바이오 강국들이 ‘백신 민족주의’를 휘두르고 백신을 무기로 활용하는 상황에 대비해서다. 더구나 정부가 백신 자체 개발에 방점을 찍었던 지난 여름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이하에 머물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백신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될 때는 확진자 숫자가 100명 정도였다”며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그렇게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겨울에 본격 확산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부가 보다 귀담아 들었다면, 그래서 백신 개발과 백신 도입을 병행 추진했다면, 백신 늑장 대응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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