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피로감·코로나19…비대면 중고거래 수요 증가?
백화점 '중고명품 자판기'·비대면 거래 플랫폼도 등장
#. AK플라자 분당점 2층에 독특한 자판기가 들어섰다. '구매' 혹은 '판매'를 선택할 수 있는 스크린 옆으로 안이 훤히 비치는 투명박스들이 나란히 배치됐다. 박스 안에는 구찌, 루이비통, 샤넬 등 고가의 명품 가방이 진열돼 있다. 2층 의류 매장을 찾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화려한 명품 가방에 머문다.
이는 비대면 중고거래 수요에 맞춰 AK플라자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중고명품 자판기'다. 판매자가 박스에 물건을 담고 전화번호와 원하는 가격 등을 입력하면 이후 구매자가 자판기에서 물건을 뽑아간다. 자판기는 6개월간 운영한 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영향을 받아, 대면 거래가 필수였던 중고거래에도 '비대면'이 대세가 되고 있다. 최근엔 각종 인공지능(AI) 기술과 새로운 거래모델까지 장착한 비대면 중고거래가 뜨는 중이다. 어느덧 하나의 '산업'으로 불릴만큼 급성장한 중고거래 시장이 비대면 엔진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커지는 중고시장… '직거래 피로감'도 급증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대에서 올해 약 20조원대로 5배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중고거래가 더 활발했다.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 '헬로마켓'이 18세 이상 남녀 2,5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6%가 지난해보다 중고거래 플랫폼 선호도가 상승했다고 답했다. 반면, 백화점·대형마트는 8%에 그쳤다. 판매자는 안 쓰는 물건을 팔아 여윳돈을 벌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흐름이다.
그간 중고 거래의 최대 약점은 '사기 위험'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고 거래에도 비대면이 각광 받는다. 헬로마켓 관계자는 "이전부터 개인정보 노출, 접촉 과정의 피로감 등으로 낯선 사람을 만나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었다"며 "최근 코로나19가 비대면 거래 욕구에 불을 지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 도입하고…플랫폼 책임 강화하고
비대면 중고거래의 관건은 안전성이다. 관련 중개 업체들은 스타트업과 협업해 각종 비대면 관련 기술을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AK플라자의 '중고거래 자판기'는 중고명품 감정 스타트업 엑스클로젯이 온·오프라인에서 이중으로 명품을 감정한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사진을 받아 프로그램으로 진품 감정을 한 후 판매가 진행된다"며 "매주 직원이 직접 현장으로 와 2차 감정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품일 경우 200% 보상안도 마련했다.
지난 10월 100% 비대면으로 전환한 헬로마켓은 안전결제 서비스(헬로페이)를 자체 개발해 물건 수령 후 판매자에게 금액이 지급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사기피해 방지 플랫폼(더치트)과 제휴해 사기 이력이 있는 위험 사용자가 헬로마켓에 접속할 경우 자동으로 감지돼 접근을 막도록 했다.
헬로마켓은 비대면 전환 이후 헬로페이 사용률이 약 30% 증가했고, 11월 자체 택배 서비스의 사용량은 10월 대비 19% 증가했다. 헬로마켓 관계자는 "사람들은 직거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사기 위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거래를 하는 것"이라며 "거래 안전만 보장되면 내년에는 간편하고 빠른 비대면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