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이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모금회는 지난 1일 시작한 '희망2021나눔캠페인' 성금이 23일까지 2,21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날에 비해 235억원이나 많다. 더구나 코로나19 모금 1,084억원과 호우피해 모금 103억원 등 이미 진행된 연중 특별모금까지 감안하면 올해 총 모금액은 역대급이 될 가능성도 없잖다.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는 착한 마음과 따뜻한 손길이 늘었다는 뉴스는 훈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그러나 속사정을 들어보면 안심은 이르다. 모금회 관계자는 "올해 성금이 작년보다 많아 보이는 건 기업들 성금이 초기에 몰린 데 따른 착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 성금을 뺀 개인 모금액은 오히려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인천 지회의 '사랑의 온도'는 22일 기준 33도에 그쳤다. 모금액이 목표액의 33%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2019년 같은 날엔 45도, 2018년엔 67도였다.
□ 개인 및 지방 모금액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치명타로 기부할 여유가 안 되는 이들이 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대면 모금 활동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에선 시골 5일장이 서는 날 모금 활동을 펴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엔 장날에도 사람들이 뜸하다. 텅 빈 거리에서 모금함을 채우긴 어렵다. 모금회가 QR코드 등 언택트 기부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기부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난 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 놓는다. 최근 '노마스크 와인파티'도 분노를 불렀다.
□ 정부는 방역 차원에서 다음달 3일까지 ‘11일간의 멈춤’에 국민 모두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떨어져 사는 부모님과 오래간만에 만나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사랑의 나눔'까지 중단돼선 곤란하다. 단체에 기부하는 게 찜찜하다면 직접 기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국의 키다리아저씨와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이어져 적어도 추위에 떨거나 밥 굶는 이들은 없는 연말연시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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